민통선 지역에서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멧돼지 사체. /환경부 제공 |
구제역은 소·돼지·양 등 발굽 달린 우제류 가축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급성전염병으로 치사율은 최대 55%다. 조류독감은 닭·칠면조와 같은 가금류와 야생조류가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고병원성 조류독감의 폐사율은 75%에 달한다.
14일 농식품부, 환경부와 방역당국에 따르면 경기북서부에서 집중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가 강원도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서도 발견됐다. 또 충남 천안시 봉강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는 H5형 조류독감 항원이 검출되면서 축산농가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양돈농가들은 최근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 민통선 지역에서 서식하는 야생멧돼지 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가 확인되자 질병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철원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농가와 60km나 떨어져 있어 바이러스가 접경지역에 서식하는 멧돼지에 이미 광범위하게 노출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멧돼지를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5㎢에 철책을 세우는 한편, 인근 지역에서 멧돼지 사냥을 허가키로 했다. 하지만 멧돼지는 먹이활동과 교미를 위해 이동하는 거리가 상당해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멧돼지는 철책을 만나면 철책 아래의 땅을 파고서 이동할 정도로 영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그동안 경기 북서부 4개 시군에서 총 14건이 발생했다. 이후 해당지역에서 사육 중인 15만 마리의 돼지가 모두 살처분돼 양돈농가의 피해가 작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을 보면 돼지열병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추측할 수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1년 전 5억3000만마리의 돼지를 키웠다. 하지만 질병이 발생한 이후 사육돼지 수는 3억8000만마리(지난 8월 기준)로 줄었다. 질병으로 인한 직접 손실 규모만 1조위안(약 168조 3200억원)에 달한다.
축산업계는 우리나라는 1100만마리 남짓한 돼지를 키우는데 치사율이 높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양돈농가의 피해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겨울이면 발생하는 구제역, 조류독감도 걱정
최근 매년 겨울 발생하는 구제역과 조류독감도 축산농가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구제역은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8회, 조류독감은 같은 기간 7차례 발생했을 정도로 빈도가 잦다.
양돈, 양계 농가들의 피해도 크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8차례에 걸친 구제역은 살처분 비용 총 2조9566억원이 투입됐다. 연도별 살처분 비용은 2010년 2조8695억원, 2014년 17억원, 2014∼2015년 635억원, 2016년 80억원, 2017년 98억원, 2018년 41억원이다.
조류독감은 2014년 이후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3차례 391건, 2016년에서 2017년에 사이에 3차례 421건, 2017년에서 지난해 사이에 1차례 22건 등 총 7차례 834건이 발생해 6만9387두가 살처분됐으며 모두 7895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축협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장담할 수 없고, 설상가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구제역과 조류독감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겨울을 앞두고 축산농가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환 농업전문기자(daeba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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