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 “종량세 도입 따른 선제조처”
종량세 앞두고 5.3% 인상했다가 복귀
“테라 등에 뺏긴 점유율 회복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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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대표제품 ‘카스’의 출고가를 인상했던 국내 1위 맥주업체 오비맥주가 가격을 6개월 만에 원상 복귀시켰다. 표면상으로는 주세 개편에 따라 국산 맥주 소비를 진작한다는 설명인데, 가격 조정을 반복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오비맥주는 오는 21일부터 카스 전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하고 내년 말까지 적용한다고 14일 밝혔다. 병맥주(500㎖) 출고가는 1203.22원에서 1147원(4.7%↓), 캔맥주(500㎖)는 1690원(3.6%↓), 페트(1.6ℓ)는 3794원(4.4%↓)에 출고된다. 지난 4월 종량세 개편을 앞두고 ‘원부자재 가격 부담’을 이유로 출고가를 평균 5.3%가량 올리기 전과 사실상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게 됐다.
오비맥주는 “종량세 도입에 따른 선제조처”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주류세 기준이 출고가(종가세)에서 용량(종량세)으로 바뀌면서 수입 맥주 대비 가격 경쟁력이 향상된 데 따른 결정이라는 것이다. 기존 종가세 체제에서는 출고가격(원가·판매관리비 등)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국산맥주와 달리 수입맥주는 판관비를 제외한 수입신고가격에 세금이 매겨져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다. 주세법 개정으로 국산 캔맥주에 붙는 세금이 ℓ당 415원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는 만큼, 그 수혜를 자영업자 등과 나누겠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올해 카스 출고가는 ‘인상(4월)→한시인하(7월)→인상(9월)→인하(10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비맥주는 카스 출고가를 인상한 지 넉달 만인 지난 7월말 한달여간 카스·필굿 등 일부 제품 출고가를 4~16% 낮춰 공급했다. 수입맥주 1위인 아사히맥주가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자 ‘국산 특수’를 노리고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3월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견제하는 측면도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시 할인 종료 1달여 만에 다시 출고가를 낮춘 것을 두고도 같은 풀이가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를 보면 편의점·할인점 등 소매점에서의 지난 2분기 오비맥주 점유율이 1분기 대비 1.2%포인트 떨어진 50.7%에 그칠 동안 하이트진로 점유율은 3%포인트가량 오른 19.8%에 이르렀다. 특히 테라 수요가 음식점과 유흥업소 등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오비맥주가 최대 5%포인트가량 점유율을 내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라가 자사 대표제품인 ‘하이트’ 점유율을 잠식하는 수준을 넘어 카스 점유율을 넘보자 자구책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단 오비맥주는 출고가를 종량제 이전 수준으로 복귀시키는 이번 조처를 통해 ‘가격 인하’라는 착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다만 편의점이나 마트 등 유통업체를 제외한 외식업체 등에서 메뉴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직 경쟁업체들은 가격 인하에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테라 출시 이후 출고가에 변동을 주지 않은 하이트진로와 지난 5월 ‘클라우드’ 등 가격을 올린 롯데주류는 “구체적인 가격 조정 계획은 없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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