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시중은행과 손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도움이 절실한데 선뜻 '토스뱅크를 함께 설립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아직 없다.
토스는 지난 5월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때 자본조달능력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당초 신한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려고 했으나 막판 시각차이로 결별했다.
이후 벤처캐피탈과 손을 잡았지만 금융당국은 투자가 목적인 벤처캐피탈을 안정적인 자본조달창구로 보지 않았다. 토스가 시중은행의 안정적인 자본력이 절실해진 까닭이다. 자금세탁방지(AML) 등 은행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도 필요하다.
◇마케팅 접점 약한 SC제일은행, 모기업 등에 업고 토스와 인뱅 도전하나=토스의 파트너로 가장 유력한 곳은 SC제일은행이다. 국내 시중은행 중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곳 중 거의 유일하다. KB국민은행은 카카카오뱅크에,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을 통해 케이뱅크에 참여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대형 시중은행과 달리 영업점이 적어 인터넷전문은행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과 협약을 맺고 소규모 점포인 뱅크샵과 뱅크데스크를 운영하는 것이나 삼성카드와 제휴를 맺는 것도 영업 접점을 늘리기 위한 안간힘이다.
모기업인 SC그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적극적인 것도 이유로 꼽힌다. SC그룹은 대만에서는 라인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라인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홍콩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켰다.
또 토스뱅크는 글로벌 챌린저뱅크를 모델로 내세웠는데 유명한 챌린저뱅크 중 하나가 영국의 '몬조'다. SC그룹 본사가 영국에 있다.
다만 SC제일은행이든 SC그룹이든 토스가 원하는 만큼 자본을 투자할 지는 미지수다. 한국은 아시아 다른 나라보다 은행산업의 성장성이 둔화돼 투자 가치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SC제일은행의 철수설이 종종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신한금융, 다시 토스와 손잡나=신한금융그룹도 여전히 토스와 손잡을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1차 때 시각차이로 헤어졌지만 신한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회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가장 관심이 높다.
경쟁 금융그룹사들이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고 있어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이 크게 성공할 경우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신한금융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한번 손을 잡아봤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어 협상 진행 속도도 빠를 수 있다. 반대로 시각차이가 명확하다는 건 단점으로 꼽힌다. 또 신한은행이 내놓은 모바일 플랫폼 ’쏠‘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는 건 토스와의 제휴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하나금융, 토스뱅크로 합류하나=하나금융그룹은 신한금융이 토스와 결별한 이후 토스가 손을 건넬 수 있는 대표적인 금융그룹으로 꼽힌다. KEB하나은행은 키움뱅크에 참여할 정도로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이 높다. 키움뱅크와 함께 지원서를 냈다가 혁신성 부족으로 탈락한 만큼 토스와 손을 잡고 인터넷전문은행에 신청서를 내면 탈락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동안 KEB하나은행이 토스와 중요한 사업에서 협업을 이어간 것도 긍정적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7월 비바리퍼블리카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나금융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플랫폼 GLN(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에 토스가 참여했으며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을 책임지는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를 만난 만큼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다우키움그룹과 손을 떼고 토스와 손잡는 게 하나금융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나금융 내부에서 흐르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토스뱅크에 시중은행이 참여하면 어렵지 않게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벽을 넘을 수 있다"며 "하지만 토스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면 시중은행이 참여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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