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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넷마블코웨이' 되기까지…기관투자자가 '웅진'코웨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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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공제회, 코웨이 CB 투자 '부적격' 판단

사회책임투자 문턱 걸려…부채·거버넌스 부실

업계 "교공, '사익편취' M&A로 판단한 듯"

기관 투심 연쇄 악화·출자자 눈치에 스틱 발 빼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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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6년여 만에 '친정'인 웅진그룹에 돌아왔지만 3개월을 못 버티고 새 주인을 찾아 나섰던 국내 1위 렌탈업체 코웨이가 넷마블로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역사상 길이 남을 해프닝이 막바지로 접어들자 재매각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진단에 다시 한 번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이날 오전 웅진씽크빅 이사회를 열고 넷마블을 웅진코웨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지난 10일 열린 본입찰에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약 1조8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를 되찾아온 이후 인수금융 및 전환사채(CB)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 왔는데, 이같은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에서 가격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M&A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재매각 사태로부터 교훈을 찾아내는 데 한창이다. 그중에서도 "웅진이 코웨이를 도로 뱉어낸 것은 기관투자자의 사회책임투자 원칙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코웨이를 되사오겠다는 웅진의 결심에는 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힘을 보태기로 한 영향이 컸다. 웅진씽크빅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5000억원의 CB를 발행하고, 스틱은 별도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CB 전량을 인수하는 구조가 짜였다. 그러나 스틱은 기관투자자들의 낮은 수요로 인해 프로젝트펀드 조성에 차질을 빚었고, 결국 부족분을 기존에 운용되던 블라인드펀드의 자금으로 채우는 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해당 블라인드펀드의 주요 출자자(LP)였던 교직원공제회가 프로젝트펀드 투자에 '부적격'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됐다고 업계는 인식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한 LP가 운용사의 투자 방향에 관여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블라인드펀드의 투자 방향에 대한 주요 출자자의 '불편함'이 프로젝트펀드 참여 여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결국 자금조달에 실패할 것이라고 보고 발을 빼는 투자자가 늘어났다. 출자자 눈치를 보지 않고 투자를 강행하기에는 스틱 입장에서도 무리였다는 게 시장 평가다.

특히 교직원공제회의 투자 판단에는 사회책임투자 원칙이 철저하게 고려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책임투자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단순히 수익률에 그치지 않고 환경과 사회적책임, 기업지배구조 등 요소를 고려해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입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시장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는데, 교공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이같은 점이 '인수주체인 씽크빅이 아니라 윤석금 회장 개인을 위한 M&A'라는 논리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며 "20%대 지분율로 정상적 경영이 가능할까 하는 거버넌스 측면의 의구심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교직원공제회는 코웨이 CB 인수에 대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판단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교직원공제회의 고위 관계자는 "블라인드펀드 운용 방향에 대해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직접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비중이 적어, 책임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미칠 기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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