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나노팹 키워 대기업 양산 연계하기로
10나노급·12인치 생산설비 사 들이려면
“첨단 장비 기증 등 대기업 협조 필요”
시설 낙후된 나노팹 되풀이해선 안 돼
정부도 비용 마련 고심…“기업 의견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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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규제에 맞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제조사 역량을 키우기로 한 정부가 반도체 시험평가시설(테스트베드)을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생산환경과 유사한 수준만큼 끌어올린다. 중소기업 제품을 수요 대기업의 양산 환경과 비슷한 환경에서 평가하면 그만큼 제품 경쟁력도 높아질 거라 봐서다. 해당 시설이 쓰는 첨단 장비와 장비의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험평가시설은 반도체 소재·부품 제작사들이 지난 10년간 정부에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중소기업들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완제품 제조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려면 시제품 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사실상 기회가 한두 번밖에 주어지지 않아서다. 수요기업 평가를 받기 전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자사 제품의 완성도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게 반도체 소재·부품 제조사들의 핵심 요구였다. 정부도 중소기업 제품의 대기업 구매율을 높일 수 있어 이런 시설 구축에 긍정적이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1일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반도체 대기업 공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소재·부품을 성능 평가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기업 맞춤형 시험평가시설이 그간 국내에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2002년 정부 주도로 전국에 나노팹 6곳이 건설됐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충북 테크노파크에 반도체 전·후공정 성능평가시설도 생겼다. 그러나 이런 시설은 활용도가 낮았다. 평가 설비가 제때 교체되지 않으면서 낙후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2인치(300㎜) 웨이퍼를 사용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회로 선폭도 10나노급에 이를 만큼 미세할 정도로 최첨단을 달리지만, 정작 이런 성능평가시설에선 6·8인치 웨이퍼용 설비에 머물고 있다. 회로 선폭도 50나노급이다. 이런 환경에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시험평가를 통과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기 어렵다.
업계는 정부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설의 생산설비를 매년 대기업 양산환경에 가까운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풀어야 할 과제가 불거진다. 우선 첨단 장비를 확보하는 데 드는 예산이다. 빠르게 변하는 대기업 생산환경을 따라가려면 설비를 2∼3년마다 교체해야 하는데 반도체 전체 공정 장비를 정부가 직접 구매하고 유지하면 비용이 수천억원이 든다. 정부가 올해부터 4년간 450억원을 투입해 대전 나노종합기술원(나노팹)을 테스트베드로 발전시키기로 했지만 대기업이 쓰는 장비를 갖추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올해 나노종합기술원에 115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이는 낙후된 40나노급 노광장비와 청정실 구축에 드는 비용일 뿐이다.
박대영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연구위원은 “식각·증착 등 대기업 양산 장비를 다 사들이기 시작하면 수천억원씩 나올 것”이라며 “소자업체에서 정기적으로 빌리거나 기증받는 체계를 만드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예산 확보가 어렵다면 대기업의 협조가 평가시설의 성공 여부의 관건이 된다는 뜻이다. 최근 반도체 중소기업 대표들도 최 장관을 만나 “정부 단독 팹이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팹이 필요하다”며 “팹 시설 장비를 투자하거나 팹을 운영할 때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매칭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송완호 과기부 융합기술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중소기업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정부를 잇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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