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쿠르드족 “에르도안은 IS”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쿠르드족 이민자들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어)”라고 쓴 팻말과 쿠르드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터키 정부가 9일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거점 공격을 개시한 뒤 민간인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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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을 사실상 묵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對)터키 경제 제재’ 가능성을 꺼냈다. 미국이 동맹이던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비판과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급히 경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터키는 쿠르드족 공격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터키가 군사작전을 진행하며 인종·종교적 소수집단을 겨냥할 경우 미 재무부에 터키 정부 관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재를 활용하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필요하다면 터키 경제를 끝장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제재 내용이나 적용 시점 등을 밝히진 않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겉으로만 터키의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워싱턴 보수단체 행사에서 시리아 미군 철군 결정에 대해 “미국은 무한한 전쟁을 할 수 없다”며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거듭 강변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날 “(군사작전을) 멈추라는 협박이 좌우에서 들어오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 안 멈출 것”이라며 “우리 국경에서 32km 떨어진 곳(터키가 주장하는 ‘안전지대’)까지 테러리스트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의 시리아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 대한 공격은 강화되고 있다. 터키군은 12일 쿠르드 민병대(YPG) 459명을 무력화(사살·생포 등)시켰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이날까지 쿠르드족이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 대원 81명이 전사했으며, 민간인 30여 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이 지속되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영향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말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12일 NBC 인터뷰에서 “IS가 세력을 되찾지 못하도록 압박을 지속하지 않으면 IS가 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쿠르드 보안군이 지키던 시리아 북부 아인이사의 IS 조직원 친인척 억류 캠프에서 785명이 탈출했다. 쿠르드 당국은 이날 성명에서 친(親)터키계 용병들이 해당 캠프를 포격했으며 이후 캠프 내 ‘IS 세력’이 경비원들을 공격해 도주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둘러싼 국제사회 입장도 갈리고 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 중단을 발표했다. 아랍권 국가 동맹체인 아랍연맹도 터키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하지만 11일 AFP통신에 따르면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지역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계획은 러시아와 중국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인터뷰에서 “러시아도 시리아 정부가 더는 군사적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경우 즉각 병력을 빼낼 것”이라며 “시리아에 불법적으로 주둔하는 외국군은 모두 즉각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최근 시리아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키우기에 나서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정책을 반대해왔다.
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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