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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얼리즘 서정의 본령···'창비시선 다시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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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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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한국 리얼리즘 서정의 본령이라할 '창비시선'이 '다시봄 시리즈'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출판사 창비는 "기존에 간행됐던 시집 중 그 주제의식과 언어의 현재성이 여실한 시집을 재출간했다"며 "창비시선 다시봄'의 출간은 한국 현대시의 본류를 살피는 일이자 아직 그곳에 온전히 머무르고 있는 맑고 다채로운 미감을 현재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이라고 10일 밝혔다.

1975년 3월 신경림 시집 '농무'(農舞)를 시작으로, 창비시선은 2019년 10월 현재 436권에 달하는 시집을 출간하며 우리 시의 문학적 고투와 성과를 오롯이 담아내왔다. 시리즈의 시작을 함께한 시인들은 오래전에 선보인 작품을 펼쳐두고 애정과 고심으로 퇴고를 거듭했다. 그 소회를 책에 밝혀두었다. 표지 디자인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포부를 담아 1966년 발간된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호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들었다.

시리즈의 첫 시집은 강은교의 '벽 속의 편지'(1992)다. 1968년 '사상계'로 등단한 강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이다. 세상의 작고 사소한 기척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세련된 언어로 그려져 있다.

"힘을 빼야 하네/ 어깨에서 어깨 힘을/ 발목에서 발목 힘을/ 그런 다음/ 헐거워진 네 온몸/ 곧게 곧게 펴야 하네"('물에 뜨는 법' 중)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천양희 시집 '마음의 수수밭'(1994)에는 1970년대 말부터 발표해온 시편들이 담겼다. 천 시인은 "한편은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다른 한편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한편은 우리를 외면한 사람들을 위해 바쳐졌으면 좋겠다"라고 '마음의 수수밭'을 25년 만에 재출간하는 소회를 밝혔다.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그 사람의 손을 보면' 중)

최정례 시인의 세번째 시집 '붉은 밭'(2001)도 재출간됐다. 삶의 근원적 모순과 결핍을 파고드는 흡입력을 가졌다. 최 시인은 "그때의 시들을 다시 돌아보니 끈기가 시의 힘을 키워준 게 아니라, 시의 힘이 끈기를 길러준 것 같다"며 "내 존재의 유한함을 견디게 해준 것은 시였고, 사랑의 불가능함을 견디게 해준 것도 시였다"고 돌아봤다.

창비는 "창비시선 다시봄 시리즈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간을 통해 켜켜이 쌓인 한국시의 지층을 탐지해나갈 것"이라며 "'여성' '서정시' '첫 시집' '작고 시인' 등 다양한 주제에 맞는 시집들을 엄선해 순차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시봄 시리즈'는 각 1만1000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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