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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美 압류한 北 화물선…2012년까지 한국 산은캐피탈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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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캐피탈 2004~12년 소유, 리스로 운용

2012년 1월 운용사 명산해운에 소유권 이전

北, 15년 캄보디아 등 국적 세탁 선박 매입

美 지난달 경매로 최대 20억원 고철 매각,

오토 웜비어, 김동식 목사 유족 배분 예정

중앙일보

미국 정부가 지난 7일 남태평양 미국령 사모아 파고파고항에 5개월 동안 압류했던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 호의 경매를 마치고 새로운 선주에게 인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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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안경비대가 남태평양 미국령 사모아에 압류했던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 호를 5개월 만에 고철로 매각한 뒤 새로운 선주에게 인도했다. 미 법무부와 연방 집행관은 지난달 경매를 통해 '최대' 170만 달러(약 20억원)에 화물선을 매각한 뒤 경매가와 선주 국적과 회사명 등 신원을 일절 비공개에 부쳤다. 선주 측 요청 때문이다.

9일 AP통신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8일 성명을 통해 "와이즈 어니스트 호가 5개월 동안의 억류 끝에 지난 7일 오후 선주 측 예인선에 인도돼 사모아 파고파고 항구를 떠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미 법무부의 수사와 뉴욕 연방 법원의 매각에 따른 조치"라고 덧붙였다. 아렉스아바니 해안경비대 호놀룰루 지부 사령관은 "미국의 구금 아래 선박과 안전을 지원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선체 길이 176.6m, 무게 1만 7061톤의 벌크선인 와이즈 어니스트 호는 앞서 지난해 4월 북한 석탄 2만 5000톤을 싣고 가다가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다. 뉴욕 연방 법원은 와이즈 어니스트 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위반하고, 운항과정에서 뉴욕 은행들을 결제 계좌로 활용한 데 돈세탁 혐의도 추가해 지난 5월 11일 파고파고 항으로 압류했다. 지난달 12일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사망한 오토웜비어 부모와 2001년 북한에 피납돼 정치범 수용소에서 사망한 김동식 목사의 유족 요청을 받아들여 경매 절차를 완료했다.

북한 정부를 상대로 각각 5억 달러와 3억 3000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오토웜비어 부모와 김동식 목사 유족이 동시에 와이즈 어니스트 호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경매 절차를 주관한 연방 집행관 측은 당시 낙찰가는 물론 매입자의 신원을 비공개했다.

와이즈 어니스트 호의 선박 인도까지 마무리되면서 두 유족 측에 대한 배분 문제만 남은 셈이다. 미네이비 타임스는 이와 관련 "철강 과잉 공급에 따라 철강 가격이 톤당 100달러에 불과해 최대 가치가 170만 달러지만 예인·경비 비용을 빼면 훨씬 낮은 가격을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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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오른쪽)이 5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의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의 압류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즉각 반환을 요구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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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를 "불법적이고 무도한 행위"라며 비난했던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성 유엔대표부 대사는 지난 5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소유이자 북한의 자산을 압류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지체 없이 돌려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VOA "北 와이즈 어니스트 직전 소유주 한국 산은캐피탈과 해운사"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이날 "와이즈 어니스트 호가 2015년까지 한국 기업 소유 선박이었다"며 "2015년 초 한국에서 직접 북한 회사로 매각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국제해사기구(IMO 및 마린트래픽의 선박정보에 따르면 이 화물선은 2004~2015년까지 애니(Eny) 호란 이름으로 운항했으며, 2015년 매각 당시 산업은행(KDB) 캐피탈, 명산해운 소유로 등록돼 있었다는 것이다.

VOA는 "2015년 매각 직후엔 캄보디아 깃발을 달았지만 이름을 송이(Song I)로 바꿨는데 와이즈 어니스토호 소유 회사인 평양 송이 무역회사와 동일하다"며 "이후 시에라리온과 탄자니아로 선적을 바꿨다가 2016년 11월 북한 선적으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다른 나라 선박의 등록을 허용하던 편의취적 국가들이 북한 선박의 등록을 취소하자 그제야 북한 선적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산은캐피탈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2004년 11월 리스금융을 통해 캐피탈이 소유권을 보유하고, 해운사가 선박을 운용했다"며 "2012년 1월 리스계약 종료로 소유권을 해운사에 이전해 이후 벌어진 선박 매각 등은 산은캐피탈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명산해운 측에서 선박을 매각했다는 뜻이다.

한국 회사들이 선박 매입자가 북한임을 알고도 판매했다면 2016년부터 북한에 선박 판매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아니더라도 한국과 미국의 독자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VOA는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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