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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전병배의 향기 라이브러리] 극소량의 신비 香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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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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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은 고유의 형태, 색, 냄새를 가지고 있다. 사람도 고유의 체취가 있어 이는 타인과 구별되는 요인이다 보니, 때론 체취를 이용해 범인을 잡기도 한다.

향료업계에서 천연 향료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원료는 크게 동물성 원료와 식물성 원료로 나누어진다. 동물성 원료는 주로 동물의 몸에서 분비되는 분비물을 이용하는데 사향(Musk)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수컷 사향노루는 발정기가 되면 항문과 배꼽 사이의 분비선에서 분비물이 나오는데, 이 분비물이 계속 쌓여 어른 주먹 반 정도 크기가 되면 몸에서 떼어내어 향기 성분을 추출한다. 문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향노루가 200여 마리밖에 없어서 원료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동물성 향료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그 대안으로 식물성 향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식물은 열매나 과일, 잎, 줄기, 가지, 꽃, 뿌리 등에 고유의 향기 성분을 작은 유낭(油囊·Oil Pouch)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 오렌지, 레몬 같은 감귤류는 과일의 껍질에 향기 성분이 많이 모여 있고, 장미, 재스민, 수선화, 일랑일랑, 미모사 등은 주로 꽃에 향기 성분이 분포되어 있다. 제라늄과 패출리는 잎에, 베티베르와 갈바눔은 뿌리에 향기 성분을 많이 품고 있다. 이렇게 식물의 각 부위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향기 성분을 뽑아내기 위해 주로 많이 사용되는 추출법이 압착과 증류이다. 압착은 말 그대로 식물을 강한 힘으로 으깨서 유낭을 깨뜨려 향기 성분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오렌지, 레몬, 라임, 자몽, 베르가모트 등의 과일에서 향기 성분을 뽑아낼 때 이 압착법을 사용한다.

증류는 식물을 특정한 용기에 넣고 끓이는 방법이다. 용기에 식물을 넣고 계속 끓이면 용기 안의 열기에 의해 유낭이 터지고 유낭 안에 들어 있는 향기 성분들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라벤더, 로즈마리, 캐모마일과 같은 허브 식물들이나 백단, 백향목, 편백과 같은 나무들의 향기 성분을 추출할 때 주로 증류법이 사용된다. 이렇게 압착법이나 증류법으로 뽑아낸 천연 향료를 에센셜 오일(Essential oil)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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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에서 추출한 에센스 오일로 만든 한율 달빛 유자 수면팩.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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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서 향기 성분을 뽑아내는 또 다른 방법으로 용제추출법이 있다. 꽃을 따서 용제(헥산 또는 에테르)에 담가두면 유낭이 용제에 녹아 향기 성분을 쉽게 추출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향기 성분 추출 과정에서 열이 많이 가해지지 않기 때문에 주로 꽃의 향기 성분을 추출할 때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용제추출법으로 뽑아낸 천연 향료를 앱솔루트(Absolute·화정유)라고 하고, 압착법과 증류법으로 얻어진 에센셜 오일과 구분해 부른다.

식물에서 얻어지는 에센셜 오일과 앱솔루트는 수율이 아주 낮다. 캐모마일 에센셜 오일은 수율이 0.3% 내외, 라벤더 에센셜 오일은 0.5% 내외, 세이지 에센셜 오일은 0.1% 내외이다. 장미 앱솔루트는 수율이 고작 0.02% 내외이고 재스민도 장미와 비슷하다. 장미꽃 1㎏을 사용했을 때 겨우 0.2g밖에 향기 성분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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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셜 오일과 앱솔루트는 특유의 성분 때문에 질병을 치료하거나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식물이 갖고 있는 효능, 효과에 착안해서 30년 전부터 한국 자생식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1990년에 쑥 에센셜 오일을 개발해 피부 개선 효과를 확인했고, 이후 '리도 쑥 비누'에 사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고흥 유자를 이용해 에센셜 오일을 개발했다. 유자 에센셜 오일은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로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심신 안정 효과도 있어 한율 달빛 유자 수면 팩의 주성분으로 사용됐다.

식물에서 얻어지는 적은 양의 에센셜 오일과 앱솔루트는 자신을 희생해 인간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다. 이 선물들은 현재 인류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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