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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방바닥의 종이 한 장에 미끄러져 다친 아이… 안전사고 안 나게 가구 배치까지 신경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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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 공학박사 조한철씨의 '안전 육아기'

'설마 이것 때문에…' 방심하다가 예측 못한 상황에서 사고 일어나

높은 곳 올라가고, 입 속에 뭘 넣고… 아이마다 위험한 행동 유형 달라

사고 예방, 육아 스트레스 덜어주죠

육아는 힘들다. 육아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다칠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것이다. 세 아이를 키우는 나는 특히 그렇다.

자녀의 작은 상처도 부모 가슴을 저미는데 꽃다운 나이의 아이를 안전사고로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 마음은 오죽할까.

지난해 여름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방치돼 4세 어린이가 숨진 사건은 부모이자 공학박사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작년 말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과 통학 차량 안 어린이의 상태를 확인해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방석'을 개발해 상용화하게 된 계기다. 최근 이 기술을 베트남으로 진출시키기도 했다.

조선일보

조한철 연구원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도 스스로 안전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올해 5월 조씨의 삼남매가 경남 창녕의 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한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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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방석을 개발하면서 어린이 안전사고 유형을 분석해본 결과 어린이 안전사고의 공통적 특징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어린이 통학 차량 사고만 봐도 안전벨트를 스스로 풀 수 있는 어른들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사고다. 반면 아이들은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곤 한다.

복잡하고 특별한 상황 때문이 아니다. '설마 이것 때문에…' 소리가 나올 정도의 단순한 이유로 발생한다. 내 아이도 바닥에 떨어진 종이 한 장 때문에 미끄러져 다친 적이 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사소하고 단순한 상황도 놓치지 않고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학도 아빠라고 포커 게임의 조커 같은 특별한 안전 육아 비법이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은 군대 훈련병처럼 '삼보(三步) 이상 구보(달리기)'가 태생적으로 습관화돼 있다. 아빠가 아이들의 뜀박질과 결사 항전하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비 오는 날 미끄러운 복도에서 뛰지 않기, 지하주차장 입구의 스크린도어가 열리기가 무섭게 뛰지 않기를 끊임없이 채근하고 점검해야 한다.

품 안의 자식이니 언젠가는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 자녀 스스로 안전 생활 습관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나는 7인승 승합차의 둘째 열에 둘째와 셋째를 태우고 셋째 열에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를 태우는데, 둘째와 셋째가 차를 타고 내릴 때 동생들의 안전벨트를 매고 푸는 일을 첫째에게 맡긴다. 어릴 땐 보호 대상이지만 커가며 누군가를 보호해야 하는 주체가 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정말 다양하다. 가령 첫째는 겁이 많아서 높은 곳에 올라갈 생각조차 하지 않지만, 둘째는 식탁, 빨래 건조대, 심지어는 창틀에도 올라가려 했다. 둘째는 또 장난감 같은 물건을 입으로 물거나 더러는 입속에 넣는 습성도 있었다. 장난감을 고르거나 놀이 환경을 조성할 때, 지난해 이사 가면서 가구 배치를 할 때 이런 특성을 충분히 감안했다.

아이들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부모의 노력과 실천은 논문 쓰기와 흡사하다. 좋은 주제를 선정해야 하고 같은 주제를 둘러싼 기존 연구를 조사해야 한다. 실험을 거쳐 데이터를 모으고, 이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를 찾아낸다. 자녀 양육이라는 큰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다음 단계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경험한 선배 부모들의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이다. 관련 서적과 블로그를 수시로 찾아 읽어서 양육 습관을 체화해야 한다.

자주 발생하는 사고를 인지할 수 있고,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을 세워둘 수 있다.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단계가 그다음이다. 앞서 말했듯 어린이 안전사고는 예측하기 힘들다.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사용하란 말이 아니라 상황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라는 의미에서의 실험이다. 둘째나 셋째의 경우, 첫째를 키우며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아이에게는 이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해법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부부가 함께해야 한다. 사람마다 인지하고 기억하는 능력과 특징이 다른 데다 나고 자란 환경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애정은 한 사람이 두 배로 쏟는 애정보다 크다.

[조한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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