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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하정훈의 '삐뽀삐뽀'] 보행기 타면 빨리 걷게 된다? 오히려 더 늦어지는 경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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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조선일보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최근에 많이 줄었지만, 한동안 보행기가 최고의 백일 선물이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도 보행기를 사용할지, 사용하지 말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있지만, 대부분 의사는 가급적 보행기 사용을 권하지 않는 편이다. 보행기는 아기가 걷는 것을 도울 목적으로 개발됐다. 일부 부모는 보행기를 사용하면 아기가 좀 더 빨리 걷게 될 거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행기를 사용하면 되레 걷는 것이 더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걷는 것을 도울 목적이라면 보행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물론 보행기를 사용하면 부모가 편하다. 보행기에 태우면 아기의 행동 반경이 넓어져 넘치는 호기심을 부모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충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행기를 사용하면 아기의 행동 반경이 넓어지고 이동 속도가 빨라져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계단이나 현관에서 굴러 떨어져 다치기 쉽고, 아기의 손이 닿는 높이가 높아져 식탁 위의 그릇을 당기다가 뜨거운 음식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아기가 쏜살같이 움직여 사고가 난다.

그래도 보행기를 사용한다면 굴러가지 않고 넘어지지 않는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아기가 고개를 가눌 수 있고, 앉을 때는 허리를 가눌 수 있는 시기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가급적 짧은 시간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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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기뿐 아니라 아기를 앉혀두는 다른 기구들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옛날처럼 특별한 기구 없이 아기가 방바닥에서 뒹굴뒹굴하면서 놀거나 기어다니고, 주위의 물체를 잡고 서서 놀게 하는 것이 성장 발달에 더 이롭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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