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양육 명세표] <上> 우리 애 키우는 데 얼마나 들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니, 과소비한 것도 없는데….”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 씨(36)는 자신이 유치원생 아들(6)을 키우는 데 지금까지 2억1330만 원을 썼다는 분석 결과를 받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출산 후 조리원도 비싼 곳을 안 가고 각종 육아용품도 대체로 중고 물품을 사거나 물려받아 썼다. 요새 유행이라는 영어유치원도 안 보내고, 국공립유치원은 추첨에서 떨어져 일반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동아일보가 만든 인터랙티브 사이트 ‘요람에서 대학까지: 2019년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baby.donga.com)를 통해 그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6억5994만 원을 더 쓰게 된다는 전망치를 받았다.
○ 근로자 10년 연봉, 고스란히 아이 양육비로
동아일보가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이해 구축한 양육비 계산기 사이트에 따르면 모든 소득 구간의 평균에 해당하는 한 가구가 아이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필요한 돈은 약 3억8198만 원으로 집계됐다. 미취학 양육비 6860만 원, 사교육 등을 포함한 교육비로 초등학교 9250만 원, 중학교 5401만 원, 대학교 8640만 원 등이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연 소득이 4003만 원인 처분가능소득 3분위 가구가 이 금액을 사용하려면 9.6년 동안의 소득을 고스란히 양육비에 쏟아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이가 23세가 될 때까지 해마다 같은 금액을 쓴다고 가정할 때 연 소득의 41.5%가 양육비로 나가는 셈이다. 서울만 따로 빼면 4억254만 원으로 늘어난다. 10.1년 치 연 소득이다. 이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1170가구)와 통계청,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육아정책연구소 등이 발간한 가구 조사 데이터 및 통계분석 자료 등을 활용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다.
양육비 계산기를 활용하면 우선 소득의 차이에 따른 자녀 양육비 총액의 평균 금액을 토대로 △출산 △산후조리 △보육 △교육 방식 등 자녀 생애주기별 각종 변수에 따른 양육비를 산출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 영역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소득이 비슷한 가구가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출산과 육아비용, 초중고교 교육비와 사교육비 등을 입력해 두고 다른 이용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따라서 사이트 이용자가 입력하는 평균 소득이 늘어나면 양육에 수반되는 제반 비용이 늘어나고 총 양육비도 증가한다. 부부 합산 연 소득이 1억 원 정도인 이 씨의 경우 총 양육비가 8억7324만 원으로 소득구간 평균 가구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씨는 “아들 출산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로 기쁨을 누리고 있다”며 “정부와 사회가 어떤 부분을 배려하고 신경 쓰면 좋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최근 10여 년간 저출산 예산 140여조 원이 투입됐지만 정작 부모들의 정책 체감도가 왜 낮은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던진다.
○ 전문가들 “보육 교육 부담 줄여야”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적인 부담이 출산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 1순위로 꼽히는 만큼 자녀의 생애 주기별로 맞춤형 보육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원 맞벌이인 이 씨 부부는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으로 그나마 아이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겨 보육비용(월 80만 원)을 다소 줄일 수 있었다. 이 씨와 달리 입주 도우미를 쓰는 가구는 대체로 월 220만∼260만 원의 비용을 지출한다. 출산 후 복직하며 입주 도우미를 들인 김효정 씨(35)는 매달 월급의 절반을 그대로 입주 도우미에게 주다시피 하고 있다. 어린이집 역시 오후 6시에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야 하기에 빨라도 오후 8시에 퇴근하는 부부의 근무 특성상 아이를 저녁에 계속 봐줄 도우미가 필요했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 돌보미 비용은 양육자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라며 “무상으로 지원하는 보육처럼 아이 돌봄도 정부가 포괄하는 공적 서비스로 확대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 양육에 비용이 많이 들어 여성들이 원하는 만큼 자녀를 출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가정 양립과 함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abc@donga.com·강은지·황규인 기자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