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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이언스프리즘] 암정복을 위한 인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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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줄이고 치료효과 높인 / 새 면역요법·유전자요법 개발 / 아직은 소수 환자만 치료 혜택 / ‘기초·임상연구 융합’ 성공 소망

노벨상의 계절이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포가 산소를 감지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 암과 빈혈 등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윌리엄 케일린 하버드대 의대 교수, 그레그 서멘자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피터 랫클리프 옥스퍼드대 교수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이 가운데 암은 우리 몸의 세포가 정상적인 생명순환과정을 따르지 않고 죽지 않는 암세포로 변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아직까지 대부분 암의 정확한 발병 원인과 치료가 완전하게 알려져 있지 않아 암선고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엄청난 두려움의 대상이다.

세계일보

원병묵 성균관대 교수 신소재공학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미국 내 사망원인 74%가 10대 원인에 의해 발생했으며, 그 추세가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특히 전체 사망 원인 중 21.3%가 암에 의한 사망이었으며, 23.5%인 심장질환의 뒤를 바짝 뒤따르고 있다. 워싱턴대 보건계측평가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남녀 모두 평균기대수명이 급격히 늘고 있고 좋은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음에도 10대 주요사망 원인 중 폐암과 간암 등 암과 관련한 사망의 발생 비율이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우리 몸이 암세포의 전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암세포는 몸의 생명유지 체계를 무너뜨려 사망에 이르게 한다. 누구나 암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평균수명이 증가할수록 암 발병 확률도 함께 증가한다. 사람마다 신체조건, 생활습관, 환경조건에 따라 암 발생의 원인과 위험의 정도가 조금씩 달라 진단과 치료가 매우 어렵다. 신체나 유전적 원인도 암 발생에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최첨단 암진단기법과 더불어 암 환자의 안전하고 확실한 치료를 위한 다양한 치료전략이 개발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술요법, 화학요법,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 등 수많은 암 치료법이 개발돼 있지만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면역요법과 유전자요법이 개발되고 있다.

아직 모든 암종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면역요법은 암세포에 의해 발현되는 단백질에 결합해 그 기능을 억제하는 항체를 활용하거나 백신과 T세포 주입을 활용한다. 암 치료에 있어서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활용하는 면역요법은 부작용을 현저히 줄인 획기적인 암 치료법이다. 우리 몸에는 암세포가 발생하거나 외부의 세포를 인식해 공격하는 면역체계가 갖춰져 있다.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T세포는 우리 몸을 외부의 병원균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킨다. 종양면역을 촉진하는 면역 제어 치료법은 면역 관문 억제제를 개발해 억제경로나 활성화경로를 표적화해 T세포 반응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면역요법이 전례없는 성공을 가져왔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사람마다 암이 조금씩 달라 치료효과가 있는 세포와 분자를 환자 특이적으로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이 쉽지 않다. 치료제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 치료제 가격이 천문학적이다. 그래서 아직 면역요법은 소수의 암 환자만이 치료혜택을 누릴 수 있다. 환자 맞춤형 면역요법에 이용될 수 있는 새로운 세포와 분자를 더 찾아내야 한다.

최근 암면역 조사를 돕기 위한 차세대 데이터 분석기술이 개발 중이다. 면역 관문 억제제를 이용한 암 치료법의 놀라운 성공은 종양학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암 면역세포 상호작용 기작(機作)에 대한 집중적 연구를 촉발시키고 있다. 동시에 단일세포시퀀싱, 질량세포측정법, 3차원세포표현형측정법, 분자영상기법을 포함해 암면역과 관련한 분자와 세포분석을 위한 첨단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로 생성된 다차원데이터를 처리·분석·시각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활용하면 오래 지속되는 다층종양제어가 가능한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이 가능하다. 많은 연구자가 인류의 암 정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나 암의 정체를 완전히 이해해 가장 안전한 암 치료법을 찾는 궁극적인 암 정복의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그럼에도 면역요법 전문가들의 말대로 ‘기초의학연구와 임상연구의 융합’을 통해 향후 면역치료의 성공을 앞당길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원병묵 성균관대 교수 신소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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