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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타다' 벼랑 끝 승부 벌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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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로부터 호응 얻으며 1년새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사면초가 내몰려 / 1만대 증차 계획 이후 국토부와 갈등 조짐…잠잠하던 택시조합, 다시 대규모 투쟁 예고 / 동종 업계와 협의 없는 돌출 발언으로 '화(禍)' 자초했다는 지적 / 현실적으로 타다에게 남은 시간 많지 않아…빠른 시간 내 최대한 규모 키워 경쟁업체 물량 공세 견뎌내야 지속적인 영업 가능 / 정부도 갈등 내재된 '보여주기식 타협안' 내놓을 게 아닌 승객 입장도 고려한 상생안 마련해야

세계일보

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는 승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급성장했다. 후기를 찾아보면 안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서비스 품질이 높은 편이다.

기자 역시 타다 '첫 경험' 이후에도 열성팬이 되었을 정도로 타다 특유의 서비스 자체엔 매우 만족하고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권유하는 등 타다가 국내 모빌리티 업계 선두주자로서 잘 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망일 뿐, 현재 타다는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최근 운전기사 성희롱 사건을 제하곤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온 타다가 평소와 다른 돌출 발언으로 화(禍)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격앙된 택시조합 측은 대규모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勢)를 벌리면서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타다는 최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상생을 걷어찼다'는 비판에 직면한데다, 동종 중소업체들의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자사 생존 및 이익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잠시 '휴화산'이었던 택시업계를 다시 '활화산'으로 만든 것 역시 맞불작전을 벌이는 타다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나, 이용자 만족도만 놓고 벼랑 끝 승부를 펼치기엔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이다.

◆"타다 좋아요~♥ 최고에요!" 승객 만족도 高高…서비스 품질 '★★★★★'

택시업계는 내년 말까지 운영차량을 1만대로 늘리겠다는 최근 타다 측 발표에 분개하며 다시 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전날(8일) 서울 성동구 쏘카 서울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시기사들은 대타협기구에서 참고 기다리고 인내했는데 (타다는) 뛰쳐나가서 이런 불법적, 편법적인 일을 저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조합 측은 "스마트하지도 않고 혁신적이지도 않은 기존 자가용 불법 택시영업과 다를 것 없는 타다가 문재인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무소불위의 행동을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부는 타다 등 모빌리티 업체들이 택시면허를 받아 운송 산업의 총량 내에서 영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카풀 사태'를 시작으로 2년 가까이 이어진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의 대립 끝에 겨우 마련된 절충안이다.

그러나 타다는 돌연 지난 7일,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말까지 운영차량을 1만대로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다.

이같은 타다의 '찔러보기식 도발'에 아연실색한 국토교통부는 급히 입장을 발표해 "그간 제도화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사회적 갈등을 재현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국토부는 간접화법이 아닌 직접화법을 통해 타다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당국은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적인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불법과 합법 사이에 놓여있던 타다의 영업방식에도 '철퇴'를 놓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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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8일 서울 성수동 쏘카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타다 운행 중단을 촉구했다. 조합은 오는 2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택시기사 1만여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연합뉴스


이제 타다는 동종 업계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 무한 경쟁 시대라곤 하지만 상도덕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조만간 모빌리티 시장이 활짝 열리길 기대하며 숨죽이던 업계에 타다의 의도된 돌출 발언으로 인해 불똥이 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협의 없는 독단적인 돌출 발언으로 인해 판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님 말고식 찔러보기? 의도되고 전략적인 돌출 발언? 업계·정부 합의 괄시?

그렇다면 앞으로 타다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이제 타다는 선호도 높은 승객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타다는 그동안 이용자들의 서비스 확대 요청과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사업확장 계획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타다 입장에서만 보면 강경한 택시업계 등과 대화를 통해 얽힌 실타래를 풀어 가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즉, 시간은 타다 편이 아닌 것이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에 따르면, 차량 300대 규모로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1년 만에 차량이 1400대 규모로 5배 가량 급증했다.

만일 정부안대로 사업을 하려면 해당 차량 분에 대한 택시면허를 매입해야 하는데, 수량 확보나 금전적인 부담 모두 감당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존 운수업 틀로 규정되면 각종 제약 조건으로 인해 자신들의 서비스 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우선 타다는 9000여 명에 달하는 드라이버는 대부분 협력업체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비정규직이며, 택시 운행자격증 보유도 필수조건이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가 이르면 내달 대형택시 서비스인 '카카오T 벤티'를 내놓는 것도 타다 입장에선 부담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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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국회의원은 전날(8일) 논평을 통해 ‘타다’의 불법성을 강조하며“즉시 렌터카를 이용한 불법 콜택시 영업을 중단하라”면서, 정부를 향해서도 신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김경진 의원실 제공


향후 모빌리티 시장이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속칭 '돈 놓고 돈 먹기' 경쟁을 벌일 공산이 커 타다가 잠시 주춤할 경우 택시와 손을 잡은 카카오 측 공세를 버텨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처럼 타다를 향한 여론이 악화하자 박재욱 VCNC 대표는 "지금까지 VCNC는 현행 법령에 따라 서비스를 진행해 왔으며 앞으로 바뀌게 될 법과 제도를 준수하며 사업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박 대표는 "타다가 목표로 밝힌 1만대 확대 계획에는 택시와 협력해 진행하는 '타타 프리미엄', 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약자를 지원하는 '타다 어시스트', 지역별 상황에 맞는 가맹 택시 등이 포함돼있다"며 "국민편익과 미래 기술를 확장시키는 길에 정부, 국회, 사회 전반의 관계자들과 더 열심히 대화해가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애당초 '교통정리' 제대로 해주지 못한 당국 책임론도 나와

다만 일련의 이슈는 비단 타다나 택시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앞으로도 비슷한 충돌 양상이 빚어질 공산이 큰데, 그럴 때마다 정부는 이익집단을 타협시키는 게 아닌 승객인 소비자 입장에서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가 실현될 수 있도록 규제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세계일보

언제까지 승객들은 '합법과 불법 사이에 낀' 타다를 이용해야 하는 걸까?

이제라도 당국의 확실한 '교통정리'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상생(相生)'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인 걸까?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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