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모형, 사진, 조감도 패널, 영상 등 선봬
고 구본준 기자·이용재 비평가 저서 함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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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그저 즐겁게 술을 마셨다. 그렇게 술자리를 이어오다 정신 차려 보니 올해가 모임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였다. ‘우리도 술만 마시지 말고 뭔가 보람찬 일을 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건축발이 글발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라고 ‘자학’하며 ‘발발이모임’을 이어온 건축인들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모여 전시회를 열었다. ‘건축발이 글발에 못 미치는 건축인전.’
발발이 모임은 맏선배 건축가 김원(건축환경연구소 광장)을 중심으로 김개천(국민대 공간·환경디자인랩 교수), 김주원(하우스스타일), 노은주·임형남(가온건축), 박민영(전 실내건축가협회 이사), 이충기(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이필훈(태두건축 대표), 조정구(구가건축) 등 후배 건축가와 박영채 건축사진가,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건축잡지 기자 출신인 임영미, 김원과 함께 굴업도 예술섬 만들기 활동을 벌인 최윤희 첼리스트 등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두 명의 핵심 멤버가 있다. 2014년 한해에 몇 달 사이로 세상을 떠난 이용재 건축비평가, 구본준 전 <한겨레> 건축전문 기자다.
모임의 시작은 2000년 건축잡지 <플러스> 편집장이었던 이용재로부터 비롯됐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거나 글을 업으로 하는 건축인들이 그와 함께했다. <건축가 없는 건축>(버나드 루도프스키 지음) <건축예찬>(지오 폰티 지음) 번역을 비롯해 <우리시대 건축이야기>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낸 김원을 겨냥해, 이용재가 ‘설계보다 글쓰기가 더 낫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하면서 ‘발발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회원들은 모임의 장점으로 무용함과 사사로움을 꼽는다. 박영채는 “회합을 통해 뭔가를 도모하지도 않았고, 서로 사회생활의 이득을 얻은 것도 없었기에 좋았다”고 했고, 노은주는 “건축에 얽매이지 않고 나이에도 서로 구애받지 않고 격의 없이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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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선 각자 진행해온 작품들의 모형, 사진, 조감도 패널, 영상 등을 선보인다. 김원은 최근 설계 중인 <신영복 기념도서관>(항동 푸른숲도서관) 작업을 소개했고, 김개천은 <만해사> <황룡사> <한칸집> 등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김주원은 소형주택 표준설계안을 제시했으며, 박영채는 회원들의 작품을 찍은 사진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임형남·노은주는 20대 신혼부부에게 의뢰받은 작은 집 <언포게터블>을 그린 풍경화 등을 내놨다. 전시장 중간엔 이용재의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시리즈를 비롯해, 구본준의 유고집 <세상에서 가장 큰 집>, 임형남·노은주의 <골목인문학> 등 회원들의 왕성한 저술활동을 보여주는 책들도 함께 놓였다.
올해는 더욱이 이용재, 구본준이 유명을 달리한 지 5년이 되는 해. 전시장에선 신랄하면서도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글을 썼던 이용재, 한국 언론에서 건축 기사의 전범을 세운 구본준 두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5년 전 엮은 구본준 추모 문집에 김개천이 쓴 글이 눈길을 끌어당겼다. “스스로를 알리기에/ 급급하지도 않고/ 자신에 대한 여분의 구속조차 없는/ 포용력과 기대되는 미래를 소유한/ 통찰력을 지닌/ 자유로운 작가이자 기자/ 삶을 통해 안주하려고도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평을 확장하던 자.”
30일까지 이건하우스 갤러리. 1522-1271.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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