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선 대성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2일 서울 강동구 진황도로 대성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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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사회도 조현병의 책임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초기 단계부터 관심을 갖고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매년 10월 10일은 세계정신건강연맹(WFMH)이 정한 정신건강의 날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환자들에겐 사회적인 빗장이 걸려있다. 그중에서도 조현병은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관련 사건·사고로 인해 질책과 우려를 받는 질환이다.
박병선 대성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벌써 15년째 조현병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눈 환자가 병을 극복할 때가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환자와의 관계(라포· rapport) 형성에 집중하는 박 원장의 말을 빌리면 조현병은 ‘관리와의 싸움’이다.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안정기에 들어선 환자는 자신이 멀쩡한데도 계속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병이 다시 악화하고, 통원 치료가 가능하던 환자가 입원에 이를 수 있다. 발현 후 5년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치료는 어려워진다. 환자는 자해나 타해 등을 시도할 위험이 커지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게 된다. 그는 “환자가 스스로 병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조현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병원에서 만난 한 환자는 3년간 꾸준한 치료를 통해 정상인과 동일한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현재 3개월에 한 번 주사하는 장기지속형 치료제만으로 질환을 관리하고 있다. 이 환자는 “다른 사람에게 올 수 있는 당뇨나 관절염 등의 신체적 쇠약이 나에게는 정신적으로 다가왔을 뿐”이라고 표현할 만큼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이 뚜렷했다.
박 원장은 “조현병은 도파민 회로가 정상인들보다 잘 조절되지 않는 것이라 유지와 관리로 안정화할 수 있다”면서 “조현병의 위험성만 강조할 뿐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는 알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병원은 서울 강동구에 있지만 환자의 절반 이상은 타지에서 찾아온다. 이 곳은 몇 안 되는 입원시설을 완비한 병원이다. 대부분은 시설 유지에 대한 부담감과 경제적인 이유로 입원 치료를 포기한다. 박 원장은 “정신과 치료는 외래 통원 치료뿐 아니라 입원이 꼭 필요한 순간이 있다”면서 “입원과 통원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입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하고 지원과 관심은 미비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면서 환자들의 입원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졌다. 이제는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정신질환에 걸렸으면서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환자가 서로 다른 병원의 전문의 2명 이상에게 일치된 소견을 받아야만 입원할 수 있다. 환자 인권을 강화한다는 취지이긴 하지만 오히려 중증 환자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더 큰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박 원장은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이 많은 의견을 냈지만 관련 법에 현장의 목소리는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환자들을 위해 치료자들의 현실적인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병선 대성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2일 서울 강동구 진황도로 대성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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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유혜은 기자(eun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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