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국회에서 소신표명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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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의식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할 예정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단시간 회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NHK가 9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후 경제ㆍ안보 분야까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관계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NHK는 이날 “아베 총리가 즉위의식 즈음해 50여개국 주요 인사들과 회담하는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며 “관계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이 보류돼 이 총리가 대신할 전망”이라고 이같이 보도했다. 7일 교도(共同)통신은 “한국 측이 이 총리를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으나, 국무총리실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양국 정치권에선 일왕 즉위의식을 계기로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달 말 TV에서 “한국도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 일본이 손을 내밀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4일 도쿄(東京)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관계 개선의 전기 마련을 위한 문 대통령의 참석을 거론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외교 현안에 대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이 총리의 참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문사 도쿄 특파원 출신인 이 총리는 국회에서도 한일의원연맹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지일파’ 정치인이다. 때문에 일본을 방문할 경우 문 대통령의 특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현안 해결이 어렵더라도 한국의 관계 개선 의지를 상징하는 인사의 참석이 중요하다”며 “일본의 경축일에 한국 고위 관계자가 참석하는 것은 일본 국민들에게 주는 함의가 크다”고 했다. 양국 정부뿐 아니라 국민감정까지 악화하는 시점에서 일본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관계 개선에 앞서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법을 요구하는 총리관저의 강경 분위기는 여전하다. 아베 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한국에 국제법에 근거해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일왕 즉위의식을 계기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제외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양국이 동시 철회하는 논의 등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과 갈등의 근원인 강제동원 문제 해법 없이는 ‘의례적인 회담’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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