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올 1~7월 이런 식으로 부정하게 받은 정부 보조금을 적발한 건수가 12만869건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4만2652건) 대비 2.8배다. 줄줄 샌 부정 수급액 규모만 1854억원에 달한다. ‘세금 퍼주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복지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관리ㆍ감독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연히’ 대책도 따라 나왔다. 정부는 이날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부정 수급이 잦은 보조금 사업을 대상으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확대 도입하고 적발 시 곧바로 고발조치 하기로 했다. 부정 수급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행 2억원으로 제한한 포상금 지급액 한도도 없앤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보조금 부정 수급을 근절하고, 적발 시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벌백계가 무섭게 들리지 않은 이유는 뭘까. 처벌은 무거워졌을지 몰라도, 보조금을 주는 시스템은 여전히 헐거워서다. 정부는 지난해 1월에도 보조금 부정 수급 근절 방안을 마련했다. 부처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해 부정 수급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신청자 가족 관계를 파악해 가족을 동원한 부정 수급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번 적발당한 부정 수급자는 정부 부처 모든 보조금 사업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둘 다 여태껏 이뤄지지 않았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다 잡을 수도 없다. ‘누구든 나눠주면 그만’식으로 보조금을 무차별 살포한 게 근본 원인이다. 정부 보조금은 2015~2017년 연평균 95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105조4000억원, 올해 124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현 정부 공약에 따라 기초연금이 2017년 9조1200억원에서 올해 11조50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신설한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 2조8200억원 들어갔다. 부정 수급 규모가 가장 큰 2개 항목이다. 고용·복지 예산이 급증하면서 관련 보조금 관리·감독에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곳곳에 만연한 부정 수급의 고리를 외면하고 복지 확충을 외치는 건 공허하다. 보조금을 뿌릴 때 잘 뿌려야지, 일단 뿌리고 나서 잡는 격이라서다. ‘새는 파이프’를 그대로 둔 채 복지 확대를 추진하니 공감을 얻기 어렵다. 복지 예산을 늘리려면 여력은 있는지부터 따진 뒤, 진짜 필요한 곳에, 속성과 효과를 꼼꼼히 확인하고,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지며 추진해야 맞다. 보조금이 새는지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고도 눈 감았다면 무책임하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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