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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미 연준 위원은 왜 ‘매파’ 또는 ‘비둘기파’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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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앙은행, 55년간 연준 130명 결정요인 분석

통화정책성향 “항상 매파 39%, 항상 비둘기 30%”

지명 대통령·출신대학 이데올로기가 주요 배경요인

‘시카고 담수’ 매파 69%, ‘하버드 짠물’ 비둘기 41%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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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를 사실상 지휘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12명)의 통화정책 성향 분포를 살펴보니, 위원으로 지명받을 당시의 ‘집권 대통령의 당파’ 및 개별 위원들의 ‘출신대학 경제 이데올로기’라는 두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프랑스 중앙은행의 실증연구로 확인됐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최근 자체 발행 기관지에 6쪽짜리 짤막한 연구보고서 ‘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은 매파(Hawks) 또는 비둘기파(Doves)인가? 이데올로기 및 정치’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 연준 소속 경제학자인 마이클 보르도 명예교수(럿거스대)가 작성한 것으로, 1960~2015년까지 FOMC 위원을 지낸 130명을 대상으로 각각의 재임 시절 통화정책 결정 성향을 1년 단위로 전체 연준위원 재임기간에 걸쳐 조사분석했다. 분석 결과 ‘항상 매파’는 39%, ‘항상 비둘기파’는 30%, 두 성향을 오간 ‘박쥐’(Swingers)는 24%로 파악됐다. 나머지는 재임 기간의 뚜렷한 성향이 노출되지 않았다. 위원들의 성향 판별은 △이들의 출신대학 및 정치적 성향 등 정책결정 배경요인 △이들이 쓴 총 2만여개에 달하는 신문기고문과 리포트 등 경제적 신념 △각종 연설문·증언·통화정책 찬반 투표 등 정책 행동 따위를 통해 얻은 여러 관련 정보를 토대로 이뤄졌다. 통화정책 결정에서 매파는 물가 안정 및 경기안정을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긴축’을 선호하고, 반면 비둘기파는 완전 고용과 경기부양을 강조하는 ‘완화’ 선호 인물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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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매파와 비둘기파의 비중은 당시 그들을 지명한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이냐 민주당 소속이냐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총 12명인 FOMC 위원 중에 7명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연준 이사’로, 5명은 각 ‘지역 연준 총재’로 구성된다. 공화당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FOMC 연준 이사들(23명)을 보면 매파 35%, 비둘기파 43%, 박쥐 22%였다. 반면 민주당 대통령이 선택한 연준 이사들(26명)은 매파 19%, 비둘기파 65%, 박쥐 15%로 ‘통화 완화’ 성향 위원들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민주당 행정부는 케인지언 경제학파의 통화 완화정책을, 공화당 행정부는 주류 경제학파의 긴축정책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일부 입증된 셈이다.

흥미로운 건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연준 이사 중에서도 매파보다 비둘기파가 더 많았다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미국 대선 및 의회 인준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대통령도 재선을 위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비둘기 정책을 펼 정치적 유인이 있는데다 상원의 연준 이사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려면 여야가 모두 좋아하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다. 분석 대상 연준 이사들 중에 70%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 인준을 통과했다. 한편, 극단적 시장자유주의를 표방한 ‘공급중시 공화당’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지명 연준 이사들(8명) 중에 매파 13%, 비둘기파 50%, 박쥐 38%로 박쥐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FOMC 위원 중 다섯 자리를 차지하는 미국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의 성향은 집권 대통령의 정당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으며, 매파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각 지역 연은의 이사회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집권 정당보다는 각 지역의 전통적 경제정책 이데올로기에 따라 성향이 좌우됐다. 필라델피아·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비둘기파가, 클리블랜드·댈러스·뉴욕·세인트루이스는 매파가, 애틀랜타·캔자스시티는 박쥐 성향 총재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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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대통령의 정파와 지역적 전통 외에 FOMC 위원들의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인상적인 변수는 출신대학이었다. 주로 경제학인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이 시카고대·로체스터대·UCLA 등 이른바 ‘담수파 대학’(freshwater·미국 내륙 호숫가 지역에 주로 분포)인 경우 매파 비율은 69%로 비둘기파(15%), 박쥐파(15%)를 압도했다. 시카고학파는 자유재량적 통화정책을 거부하고 규율에 따른 인플레이션 억제를 강조하는 통화주의 경제학파 전통으로 유명하다.

반면 하버드대·예일대·버클리대·MIT 등 케인즈주의 경제학설을 추종하는 ‘짠물파 대학(saltwater· 주로 바닷가 주변에 분포) 권역에서 학위를 받은 위원은 비둘기파가 41%로 매파(28%), 박쥐파(28%)보다 훨씬 많았다. 담수이나 짠물 양쪽 대학이 아닌 곳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위원은 매파 47%, 비둘기파 29%로 나타났다. 나아가, 박사학위가 없는 연준 위원들은 성향 양극화가 덜했는데, ‘매파’가 짠물파 대학 출신(39%)이든 담수파 출신(50%)이든 상대적으로 많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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