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자산관리사 김경록씨 "검찰, 언론이 자신의 진술 왜곡" 유시민 "김씨와 인터뷰한 KBS, 검찰에 인터뷰 내용 넘겨"...檢·言 유착의혹 "정 교수 자백 압박하던 검찰, 이제부터는 곤란해질 듯"
검찰은 전날(8일) 정경심 교수를 세 번째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의미있는 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 명재권 부장판사는 8일 밤, 배임과 배임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조국 장관의 동생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씨는 웅동학원 이사 신분인 상태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업체가 소송을 통해 웅동학원 건물 신축비를 받아내는 등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이와 별도로 조씨는 신임교사 채용 과정에서 2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함께 받았다.
법원은 웅동학원 건축비에 대해서는 ‘범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고, 배임수재(채용비리)에 대해서는 ‘별건구속’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기각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별건’인 배임수재 부분에서 혐의가 확실하고 실형선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들어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전망해 왔다. 검찰은 조씨의 신병을 확보한 다음에 조국 장관의 개입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같은 검찰의 계획은 중대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법원의 기각결정이 이례적이라고 반발하면서 영장재청구 의향까지 내비쳤지만 현실적으로 뒤집는 것은 쉽지 않고 설령 뒤집어진다고 해도 정치적 후폭풍 등 후유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유시민 작가가 개인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를 통해 정경심 교수의 개인 자산관리사(PB)의 인터뷰를 전격 공개한 것도 돌출변수가 되고 있다. 유 작가는 8일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사 김경록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하면서 검찰과 일부 언론의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김씨와 인터뷰를 진행한 KBS가 검찰에 인터뷰 내용을 유출했을 뿐 아니라 뒤늦게 보도를 하면서 인터뷰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왜곡된 내용을 기사화됐다는 것이다. 유 작가에 따르면 김씨는 ‘검찰과 언론을 믿고 있었는데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알릴레오와 인터뷰를 하게 됐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씨는 유 작가와 인터뷰에서 “정 교수가 증거를 인멸해 달라고 했다면 얼마든지 없앴을 것”이라면서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주장을 폈다. 김씨는 “검찰이 정 교수의 컴퓨터를 가지고 오라고 했을 때에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가져갔다”면서 “‘블라인드 투자’ 방식의 사모펀드를 권유한 것도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 교수가 ‘코링크’ 자료를 가지고 와 검토와 조언을 부탁하기에 살펴봤다”면서 “자신은 처음부터 조범동(조국 장관의 5촌 조카)이 수상했지만,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이라 강하게 말리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언론보도에서는 김씨가 ‘정 교수의 요청으로 증거인멸에 가담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 작가와의 인터뷰는 정반대 입장으로 해석된다.
김씨는 “이런 내용을 검찰 조사와 KBS 인터뷰(지난 10일)에서도 분명히 말했지만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면서 “사실 그대로를 말하면 검찰이 진실을 찾아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언론과 검찰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하고 있다”라고 검찰과 언론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씨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은 정 교수가 사모펀드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오히려 피해자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억지로 수사를 이어왔고, 여기에 일부 언론이 검찰의 의도에 따라 인터뷰 내용과 사실을 왜곡하는 등 '검언(檢言) 유착'을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지게 된다.
법조계에도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대형로펌 소속의 현직 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는 "PB 김씨의 인터뷰가 제때 보도됐다면 검찰수사가 지금까지 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경위가 어떻든 의심과 비난을 살 수밖에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는 “김씨의 인터뷰를 왜곡없이 보도했으며 검찰에 자료를 넘겨준 적은 없다”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인터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검찰 취재를 한 적이 있지만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유출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검찰은 인터뷰가 방송된 직후인 8일 밤 자산관리사(PB) 김씨를 급히 소환해 4시간 동안 심야조사를 벌이는 등 사실상 압박에 나서는 등 대응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오해를 살 수밖에 없어 ‘악수를 뒀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직 변호사 A씨(변호사시험 1기)는 “정 교수의 자백을 유도하기 위해 검찰이 지금까지 언론을 동원한 압박을 가해왔는데 앞으로는 불가능하게 됐다”면서 “사모펀드와 관련해 특별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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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기자 ohngbea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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