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양국 파트너에 스웨덴 회담 설명
그러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
2주내 회담 재개 미국의 북한 챙기기?
북한, 회담 앞서 보안 요구했다 관측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8일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협의를 마친 뒤 국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정효식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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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건 대표가 어떤 내용을 설명했는지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대화의 모멘텀(동력)을 계속 살려 나가느냐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했다”고만 소개했다. 그러면서 “(회동 내용에 대해 외부에) 말을 안하기로 했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이날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관련해 소집된 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도 미국의 조너선 코언 유엔대표부 부대사는 실무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은 “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이 시시콜콜 외부에 알려질 경우 자칫 회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국 측이 북한과의 실무협상 내용에 관해 설명을 해 주면서도 보안을 유지해 달라는 취지의 당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미국이 회담과 관련한 내용을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일정 부분’ 공유하되, 북한의 ‘탈선’을 의식해 함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2주일 이내에 협상을 재개하길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ㆍ미ㆍ일의 정보 공유를 이유로 회담의 판을 깨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한다. 북ㆍ미 협상에 관여했던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회담장에서 나눈 대화가 외부에 알려지는 걸 극도로 민감해한다”며 “북한이 판을 깨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미국이 상당히 의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미국의 조심스러운 태도에는 북한의 사전 주문이 작동했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원한 정부 당국자는 “실무협상을 위한 북·미 물밑접촉 과정에서 북한 측이 보안을 신신당부한 것으로 안다”며 “이로 인해 실무협상 장소는 물론이고 회담 일정의 공유가 늦어진 게 사실이고, 이런 분위기가 회담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이날 한ㆍ미ㆍ일이 지난 5일 결렬된 실무협상과 관련한 내용을 나눴지만, 공유 범위는 최소한의 수준이 아니었겠냐는 관측이다. 굳이 한국과 일본 고위 당국자들이 워싱턴을 찾은 건 미국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뜻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보 당국에선 이번 북·미 스웨덴 접촉과 관련 한ㆍ미 간의 정보공유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다른 정부 당국자는 “한ㆍ미 간에는 시차가 나지 않을 정도로 실시간으로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는 스웨덴 현지에서도 어느 정도 회담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고, 비건 대표가 본국에 돌아가 상부에 보고한 뒤 디브리핑(사후 설명)을 받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이 본부장이 워싱턴을 찾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은 8일에도 “한국이 여전히 중재자인 줄 알고 있다”(조선신보)고 주장하는 등 한국 패싱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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