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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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가가 전운에 휩싸였다.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과의 대립이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팻 시폴론 백악관 변호사는 8일(현지시간) 미 하원 민주당 지도부에게 보낸 서한에서 "당신들은 공정성의 근본을 훼손하고 헌법에 규정된 정당한 절차를 위반하는 방식으로 탄핵 조사를 설계하고 시행했다"며 의회의 대통령 탄핵 조사에 행정부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백악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전날 미 국무부가 고든 손들랜드 주유럽연합(EU) 미국 대사의 의회 청문회 증언을 막은 직후 나왔다. 손들랜드 대사는 이날 하원의 정보·외교·정부개혁감독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관련 의혹에 대해 비공개로 증언할 예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손들랜드 대사를 증언에 보내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캥거루 재판(인민재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에 관한 탄핵 조사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면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비슷한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 안팎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커졌다.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스캔들까지 발생하자 하원은 전격적으로 탄핵 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사건이 대통령 탄핵 사유인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부가 자료 제출 등 하원의 탄핵 조사에 협조하지 않기로 하면서 조사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요청이 아닌 출석요구서 발부 등 정식 절차를 밟아 조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인 행정부 관료와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론적으로 하원이 행정부가 탄핵 조사에 협조하게 할 합법적인 방법이 몇 개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산안 처리와 입법권을 이용해 압박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런 정치적 의도도 거의 없어 보인다"고 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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