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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연합시론] 만든 지 573돌 됐지만 고쳐지지 않는 '한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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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만든 지 573돌이 됐지만 곳곳에서 우리말 사용을 피하거나 잊는 일이 여전해 안타깝다.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을 알리려고 설립한 국립한글박물관마저 표준어가 아닌 신조어와 외래어 문구, 입시경쟁 조장 표현 등이 들어간 문화상품을 판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올 정도다. 문제가 된 상품은 '생큐베리감사' 엽서, '땡큐 쏘-머치' 카드, '병맛 같지만 멋있어', '내가 바로 패션 종결자' 스티커 등이다. '현금님이 로그아웃하셨습니다', '개같이 공부해서 정승같이 살아보자' 같은 문구가 인쇄된 상품도 있었다고 한다. 흥미를 끌어 효과를 내려는 의도였겠지만 누가 봐도 지나치다. 경기도 보도자료에는 '데이터를 '현행화'하는 데 목적을 뒀다', '산업 현장에서의 일자리 '미스매칭'을 해결하겠다'는 표현도 있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용어 사용 등 한글 외면 현상은 한글박물관과 경기도에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한글날을 맞아 꼭 가려 써야 할 일본어 투 용어 50개를 골라서 발표했다. 국어원이 2005년 제작한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에 실린 단어 1천100여개 가운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사용 빈도가 높은 표현이라고 한다. 구좌(계좌), 가불(선지급), 잔고(잔액), 고참(선임) 등이 대표적이다. 나와바리(구역), 단도리(단속·채비)), 땡땡이(물방울), 만땅(가득), 망년회(송년회), 분빠이(각자 내기), 아나고(붕장어), 무데뽀(막무가내), 쇼부(결판), 와사비(고추냉이), 종지부(마침표) 등도 순화 대상으로 꼽힌다. 일본어 투인지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알고 있어도 무의식적으로 또는 별생각 없이 재미로 쓸 수도 있다. 과거 일제 강점기를 거친 역사도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변명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개인, 기관, 국가 할 것 없이 모두의 책무이다. 매일 독자와 시청자를 만나는 언론 매체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일상 언어의 특성상 인위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바로잡는 노력은 늘 절실하다.

한글박물관과 경기도의 사례를 보면, 맵시 있는 우리말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누구보다도 한글을 지키고 가꿔야 할 공공 기관이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고치려는 노력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줄곧 있었다.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문제이다. 경기도는 올해 초 잘못된 행정용어와 정책명을 순화하는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 자치법규에 포함된 어려운 한자어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기로 했고 정비 대상 용어 27개를 뽑았다. 국어원은 국회사무처, 법제처와 '알기 쉬운 법률 만들기' 업무협약을 했다. 한 홈쇼핑 업체는 언어 사용 지침서를 국어원과 공동 발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글날 경축식에서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전문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며 언론과 학교, 정부의 노력을 당부했다. 노력은 이어지겠지만 일회성 보여주기 정책이나 홍보에 그친다면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관계 기관의 끊임없는 교육과 홍보에 언어 구사자 개개인의 노력까지 보태져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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