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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춘재·유영철·정남규…잔혹 범죄자 입 여는 프로파일러 그들은 누구 [한승곤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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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이춘재 자백 받아낸 프로파일러들 관심

유영철, 정남규 등 잔혹범행 등장으로 프로파일러 수사 본격화

용의자 특성 추정, 범행 분석, 범죄 전반에 걸쳐 집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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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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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언젠가는 이런 날이 와 내가 한 짓이 드러날 줄 알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가 혐의를 부인하며 버티다가 돌연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자백하면서 뱉은 말이다.


이춘재 대면조사에는 프로파일러들이 투입됐다. 프로파일러들은 이춘재와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 결국 자백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수사관과 피 조사자 사이에 아주 깊은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면서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런 것들까지 신경을 쓸 만한 이런 관계,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되는 라포르(rapport·신뢰관계) 관계가 형성 됐다"고 분석했다.


용의자로부터 자백을 끌어내거나 범죄 발생 직후 현장에 투입, 범인을 특정하는 등 범죄 분석을 하는 프로파일러는 2000년대 유영철 등 연쇄 살인 범죄자들의 등장으로 경찰에서 본격 논의를 거쳐 현장에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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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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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범행을 저지른 이들은 2002년 유영철, 2004년 정남규, 2007년 강호순, 2010년 김길태 등이다. 사회 불만이나 개인적 스트레스 해소 또는 쾌락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이다.


과거에는 원한, 치정, 금품, 성욕 등 예측 가능한 범행 동기가 있었다면 수사당국은 이들에 대해 뚜렷한 범행동기를 찾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경찰에서는 도입 초기인 2000년도에는 현장 수사와 감식 경험이 풍부한 경찰관이 범죄 분석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다 2006년부터 외부전문가들을 프로파일러로 채용했다. 2018년 기준으로 60명의 프로파일러가 경찰에서 활동하고 있다.


관련해 프로파일러와 범죄심리학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범죄 현장 실사다. 프로파일러는 경찰 내 과학수사계에 소속되어 범죄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 실무자며, 현장을 접하고 수사 과정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직 혹은 연구직은 범죄심리학자로 볼 수 있다.


누가 왜 범행을 저질렀나…용의자는 어떤 사람일까

사건 현장에서 지문이나 유전자(DNA)같은 유형의 증거물이 있다면 이는 수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범인이 각종 증거물을 훼손 또는 남기지 않았을 경우 프로파일러들은 '용의자 프로파일링'에 더욱 집중, 범죄 발생 전반에 걸쳐 분석을 한다.


용의자 프로파일링은 말 그대로 범행 용의자를 추정하는 분석이다. 범인이 범행장소를 왜 찾아왔고, 얼마나 현장에 있다 사라졌으며, 어디서 어떻게 움직인 동선 분석 등 범인이 범행을 어떤 방식으로 계획하게 되었는지 역으로 추적한다.


관련해 폐쇄회로(CC)TV 정보, 목격자 정보, 범죄 위험 지역 분석 등 종합적인 범죄 정보를 토대로 프로파일러들은 과학적 분석을 한다.


이어 범인 입장에서 계획, 실행, 증거인멸 과정서 보인 행동 등을 수집 분석한다. 이 정보를 통해 피해자와 범인의 관계, 범행수법, 범죄 동기까지 해석한다. 이를 근거로 살인범의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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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영철은 어떤 살인범 유형인가…살인범 분류 어떻게 하나

유영철의 경우 프로파일러 등에 따르면 '묻지마 살인범'이 아닌 '체계적 살인범'으로 분류한다.


△범행 대상을 선정 △유인하거나 치밀하게 준비 △피해자 살인 △살인 이후 시체 훼손 및 유기 △치밀한 증거 인멸 등의 행태 때문이다.


유영철은 초기 범행서 부유한 주택에 침입, 살인을 저질렀으나 이후 점차 범행 수법을 변경 또는 진화하여 출장 마사지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 살해했다. 이어 시체 훼손 후 야산 등에 매장하는 등 범행수법은 교묘해졌다.


반면 '비체계적 살인범'은 조현병으로 명명되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범행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조현병 환자가 이런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자신을 해치거나 죽이려 한다는 일종의 망상을 하고 있거나 상대방을 공격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그를 죽이라는 환청을 듣게 되었을 때 살인 등 범행한다. 이렇다 보니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범행 후 현장을 내버려두는 경우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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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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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규 범행 특성은?…연관성 프로파일링으로 본 연쇄살인

연관성 프로파일링이란 범죄 특성, 범죄자 특성을 분석해 여러 사건에서 특정 범인을 가려내는 것을 말한다. 분석 대상이 되는 범죄 행동 특성은 △범행시간대 △범행 장소적 특성 △범행수법 △피해자 조우 상황 △가해 방법 △범행 도구 등이다.


또 피해자 특성도 분석도 하는데 피해자의 △성별 △나이 △외모 △연령 △신체적 특징 △범인과의 관계 등이다.


다음은 연쇄살인범 정남규 범행으로 살펴본 연관성 프로파일링이다.


정남규는 2004년에서 2006년 사이 서울과 경기 일대서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범행장소가 다르다보니 사건 초기 연쇄범죄로 의심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았다. 여기에 경찰서 관할도 지역별로 다르다보니 사건 정보 통합도 쉽지 않았다.


이 사건 발생 당시 서울청 과학수사계 범죄분석팀은 동일범에 의한 연쇄 범죄 가능성을 염두하고 '범행 연관성'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정남규가 저지른 범행의 공통점은 우선 피해자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남규는 피해자들이 출근 중이거나 퇴근 후 귀가 중을 노렸다. 또 특이할 점은 금품 갈취도 없었다. 정남규의 목적은 오로지 살인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첫 번째 사건이 벌어진 2004년 1월30일 오후 3시30분께 정남규는 피해자가 돈을 가져가라며 가방을 던져주었으나 건드리지 않았다. 이날 정남규는 피해자를 상대로 흉기를 이용 복부 등을 찔러 살해하려고 했으나 피해자가 소리를 질러 도주했다.


피해자 특정도 아닌 무작위로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도 정남규 범행의 특징이었다.


자칫 범행수법, 장소 등 범인이 범행을 어떤 이유로 저질렀을 것으로 보이는 특징이 없다는 것이, 연쇄살인범 정남규 범행의 특징이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이 사건은 오로지 살인을 목적으로 하는 묻지마 범죄인 것이다.


두 번째 범행에서 정남규는 살인을 저지른다. 같은 해 2월6일 오후 7시10분께 골목길 노상에서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특이하다고 할 만한 것은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통행인이 많았고 영업 중인 가게도 있었다. 살인이 범행 최대 목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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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씨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이춘재는 왜 집 직장 근처서 범행을 저질렀나…지리적 프로파일링

지리적 프로파일링이란 범죄 장소 특징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1992년 리버풀 대학의 로스모(Rossmo) 교수에 의해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범죄에 있어 시간적·공간적 특성이 주요하게 활용되는 프로파일링 기법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의 경우도 이 기법을 적용 분석하면 유의미한 범행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화성 살인사건 중 일부는 이춘재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출퇴근길로 이용한 곳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1, 2차 사건 피해자는 이춘재의 집 주변 목초지와 농수로에서 발견됐다. 3번째 피해자는 회사로부터 불과 300m 떨어진 축대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6차 사건 피해자는 이춘재의 집이 있는 진안리 소재 야산에서 발견됐다. 4차 사건도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서 벌어졌다.


관련해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배상훈의 크라임'에서 "이춘재는 집에서 직장을 다니며 자신이 판단했을 때 적절한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헌터형', '트래커형'(추적자·사냥꾼)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길목을 차단하는(범행을 저지르는 수법)행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기법을 수사단계 초기에 지리적 범위나, 용의자 범위를 좁혀주면, 적은 인원으로도 범인 검거 확률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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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3월12일 부산 여중생 이모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가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부산 사상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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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범행을 저지르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지영 연구위원이, 국내 연쇄성범죄에 대한 지리적 프로파일링을 목적으로, 연쇄성범죄자 54명이 저지른 254건의 범행수법과, 범행공간의 지리적 특성, 범행을 위해 이동한 거리를 조사한 결과, 연쇄성범죄자들은 주로 자신의 생활 근거지에서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발생 장소로는 60% 이상의 성범죄가 주택이 밀집한 거주지역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유흥주점이나 상가가 밀집한 상가 지역에서의 발생율은 약 22%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연쇄성범죄의 70% 이상이 '가해자의 거주지 및 직장 부근'과 같은 가해자에게 친숙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처음 와본 장소'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비율도 전체성범죄의 약25%를 차지했다. 연쇄성범죄가 가해자의 근거지와 가까운 곳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은 범죄를 위해 이동한 평균거리 분석에서도 잘 나타난다.


성범죄자 53명 중 24명(45.3%)이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를 기준으로 평균 3㎞ 미만의 거리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만 성범죄를 저지른 대상자도 8명(15.1%)이었다.


나머지 가운데 3㎞ 이상~10㎞ 미만은 9명(17%), 10㎞ 이상~50㎞ 미만 11명(20.8%), 50㎞ 이상~100㎞ 미만 6명(11.3%), 100㎞ 이상 3명(5.7%) 등이었다.


2010년 발생한 부산 성폭행 살인범 역시 이러한 지리적 프로파일링에 의해 그 도주 범위가 좁혀졌고 이에 따른 경찰의 집중 수색에 결국 붙잡혔다.


결국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에 범죄자들은 결국 꼬리가 잡히거나 범행을 시인하는 셈이다. 이춘재 역시 프로파일러들의 끈질긴 대면조사 끝에 자신의 범행을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자백 할 때 프로파일러들의 역할이 상당하다"면서 "범인들은 이들의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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