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우드포드카운티 이동주택 화재 현장. [피오리아 저널스타=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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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주택에 불을 질러 5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미국의 9세 남자 어린이가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중부 우드포드 카운티 검찰은 이 소년을 5건의 1급 살인, 2건의 방화, 1건의 가중 방화 등 총 8건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소년은 지난 4월 6일 밤 11시께 우드포드 카운티 굿필드빌리지의 팀벌린 이동주택 단지에서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화재로 1∼2세 유아 3명과 34세 남성, 69세 여성 등 모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택은 화염에 휩싸인 상태였고, 구조대원들은 집 안에서 5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1명의 성인 여성과 어린이는 가까스로 대피해 살아남았으며, 피해자들은 모두 일가족으로 확인됐다고 지역신문 피오리아 저널스타는 전했다.
부검을 한 검시소 측은 피해자들의 사망 원인을 “연기 흡입에 따른 질식사”로 판단하고 이번 사건을 ‘살인’으로 규정했다. 수사를 벌인 사법 당국은 화재를 의도적 방화의 결과로 추정했다.
검찰은 기소된 소년과 피해자들의 관계, 사건 동기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소를 진행한 그레그 밍거 검사는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어린아이를 가장 심각한 범죄 혐의 중 하나로 기소하게 됐지만, 종국에는 이 시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저널스타에 밝혔다.
유죄가 확정되면 용의자는 실형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검찰은 용의자가 이제 겨우 9살인 점을 고려해 최소 5년, 길면 성인이 되는 만 21세 때까지 집행유예 기간을 둘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신치료 및 상담도 병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를 살인 혐의로 기소한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 인권 옹호 단체인 ‘청소년 사법 이니셔티브’의 벳시클락 회장은 이번 기소에 대해 “우리가 아는 모든 것, 특히 아동의 뇌 발달에 관한 것을 고려하면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독일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14살 미만 아동에게는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동 기소에 관한 유엔 보고서 역시 14세 미만 어린이는 범죄 종류와 무관하게 기소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AP는 전했다.
한편 AP·USA투데이·노스이스턴대 ‘다중 살인’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이 소년은 적어도 2006년 이후 미국에서 피해자를 제외하고 4명 이상이 숨진 다중 살인 혐의로 기소된 사례 중 최연소라고 AP는 밝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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