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우리 장관님은요?"…조국 사태로 멈춘 2차 개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정치·사회 논란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세종시 관가(官街)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몇몇 장관들의 거취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총리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 이야기가 나오는 장관들의 교체 타이밍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이면서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치권 안팎에서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거취 문제가 공무원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국정감사 후 교체가 유력하게 관측됐다.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개호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들을 지난 8월초에 1차로 교체한 후, 10월말이나 11월초에 2차 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이번 달로 재임기간이 2년 5개월이 되는 이낙연 총리도 교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됐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이 총리는 정치권에 돌아가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조선비즈

지난 1일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관측은 조국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헝클어졌다. 조국 장관에 제기됐던 의혹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고,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조 장관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규모 군중 시위로 확산된 여파가 개각 구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조국 장관 문제가 모든 정치·사회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청와대가 다른 문제를 다룰만한 여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국 장관 진퇴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부처 장관들을 교체할 경우 논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개각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이에 따른 조 장관의 거취 문제가 결론이 나야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장관들의 교체 여부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조 장관을 지목한만큼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국회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식에 따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 검찰 개혁법안 처리 시한인 11월말까지 현재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부처에서는 ‘지금 장관이 언제까지 재임하느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펼쳐지고 있다. 이들 부처 공무원들은 국회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장관님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고 묻는다고 한다. ‘조국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져서 장관들의 불출마가 확정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종시 관가에서는 장관들의 거취 불확실성이 정책 불확실성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부처 관료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규제론자인 김현미 장관의 재임 여부에 따라 10월말로 예정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다.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홍남기 부총리뿐만 아니라 구윤철 2차관도 총선 출마에 차출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야당에 비해 경제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당내 환경 때문에 여당 지도부가 이들에게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가에서는 조국 사태가 관료사회도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전직 고위 경제관료는 "이헌재, 윤증현 전 장관 등 스타급 경제 관료가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과거에는 정치·사회적 혼란 가운데에서도 관료사회는 중심을 잡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무게 중심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