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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해외 IB, 한국 성장률 전망 또 낮췄다…결국 1%대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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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해외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결국 1%대까지 떨어졌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개 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1.9%를 기록했다. 이들의 성장률 전망 평균은 지난해 말만 해도 2.6%였지만, 2.3%(5월 말)→2.2%(6월 말)→2.1%(7월 말)→2.0%(8월 말)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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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은행(IB)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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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은 특정 시점이 돼야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지만, 해외 IB들은 그때그때 경제 흐름에 맞춰 전망치를 바꾸기 때문에 경제 상황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한국의 투자와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으로 수출마저 쪼그라드는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크레디트스위스가 기존 2.2%에서 1.8%로 가장 많이(0.4%포인트) 내렸고, HSBC도 기존 2.3%에서 2%로 0.3%포인트 낮췄다. 바클레이즈는 2.1%에서 1.9%, BoA-메릴린치는 1.9%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HSBC를 제외한 8곳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과 별도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다른 IB나 경제연구소와 달리 우리 정부와 연례 정책협의를 하는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데, 1%대의 비관적 전망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경제연구원(1.9%) 등 다른 국내외 전망기관의 눈높이도 1%대로 낮아지면서 한국의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2%대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설비투자·산업생산·전산업 세전수익률 등 다수의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등 한국 경제가 불경기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하는 지표는 차고 넘친다”며 “저성장·저물가의 고착화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2.4~2.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일부 연구기관들이 1%대를 전망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2%를 넘는 경제성장률을 대부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조정할 계획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정부는 연구기관처럼 경제성장률을 수시로 제시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정부·여권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면서 요즘 이른바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와 비교한 성장률은 최상위권이라는 설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30-50클럽에 속한 나라는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로 이미 성숙 경제에 접어든 G7 선진국이다. 한창 더 성장해야 할 한국 경제를 이들과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한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할 수 있는 1992년 이후 외환위기(1998년) 때를 빼놓고는 늘 이들의 성장률을 앞서왔다. 딱히 새로운 얘기가 아니란 뜻이다. 되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0.82%포인트(OECD 기준) 낮게 성장하는 등 세계-한국 경제성장률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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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벌어지는 한국-세계 경제성장률 격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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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 결론에 맞출 수 있는 통계를 앞세우다 보니 국민이 현장에서 체감과는 것과는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며 “결과가 의도와 다르게 나왔으면 인정하고 반성해야 정책이 개선되고, 국민 전체의 살림살이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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