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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간 이식 받아 새 삶 얻었던 60대… 재기증으로 새 삶 주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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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肝 재기증 사례는 6번째

조선일보

故 이건창씨


지난 7월부터 신장 질환으로 투병하다 뇌사 상태에 빠진 이건창(62)씨는 지난 1일 결국 가족의 품을 떠났다. 그는 6년 전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큰 선물을 다시 누군가에게 주고 떠났다. 2013년 9월 기증받아 이식했던 간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재기증한 것이다. 국내에서 이런 사례는 이씨가 여섯 번째다.

아내 주정희(54)씨와 두 아들이 이씨 간을 재기증하기로 한 것은 6년 전의 간절함과 6년간의 고마움 때문이다. 주씨는 "이식을 받지 못하면 죽는다는 말에 간절히 기도하던 순간을 겪어보았기에 누군가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간 이식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지난 2014년 질병관리본부에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한 상태였다. 다른 사람의 간을 받아 이씨가 6년의 새 삶을 사는 동안 가족이 느낀 고마움도 망설임 없이 기증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이씨에게 지난 6년은 '선물 받은 시간'이었다고 주씨는 말했다. 주씨는 "남편이 장기 기증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6년간의 삶을 보내면서 2015년과 2017년, 큰아들과 작은아들의 군 입대를 보러 논산과 춘천에 가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이씨는 젊은 시절 하던 보험업 분야에 다시 취업해 사회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취미인 레코드판 수집을 했다. 주씨는 "6년 전 남편에게 기증해주신 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남편이 다시 기증한 간을 이식받으실 분도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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