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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청춘 아이콘’ 샬라메 등장에 부산국제영화제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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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더 킹’으로 내한

15세기 영국 왕의 고뇌 연기

팬들 상영장 주변서 밤샘 줄 서

“한국영화도 양념치킨도 좋아해”

중앙일보

티모시 샬라메가 8일 오후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더 킹: 헨리 5세’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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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부터 노숙한 팬들이 8일 부산 영화의 전당 주변을 수백m ‘인간띠’로 둘러쌌다. 새벽에 왔다는 한 20대 여성은 “레드카펫 구경하고 상영 때 좋은 좌석에 앉고 싶어서 서둘렀다”고 말했다. 이들이 오매불망 기다린 이는 할리우드 청춘스타 티모시 샬라메(24). 지난해 청춘의 첫사랑과 성장통을 담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하 ‘콜 미’)으로 일약 전 세계적인 팬덤을 끌어낸 그가 신작 ‘더킹: 헨리5세’(이하 ‘더 킹’)을 들고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렇게 환대받을 줄 몰랐다. 나도 한국 영화의 열혈 팬으로서 오래전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 2002년 월드컵 본 게 기억난다. 찍는 게 쉽지 않았던,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찾아왔다.”

8일 오후 신세계센텀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샬라메는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말부터 전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바탕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선두주자 넷플릭스가 제작한 ‘더 킹’은 온라인 예매 오픈 1분 21초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지난 6일 김해공항 입국장에도 수백명 팬들이 몰려들어 후드티 차림으로 나타난 샬라메에게 환호를 보낸 바 있다. 샬라메는 “어렸을 때 연기 꿈을 꿨을 때 전 세계 돌면서 영화 홍보하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이 이뤄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6일 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치킨 가게 들른 것이 목격돼 SNS에서 화제가 된 것과 관련해선 “양념치킨이 정말 좋았다”며 웃었다.

8일 오전 기자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는 티모시 샬라메가 청춘 아이콘일 뿐 아니라 고뇌하는 군왕으로서 깊이 있는 내면 연기까지 완숙하게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왕궁을 등진 채 방탕하게 살아가는 초반부에선 풋살구 같은 매력이 강조됐다. 뜻하지 않게 왕좌에 올라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선 단호한 군주의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막막한 운명 앞에 불안한 눈빛으로 고독과 고뇌를 표현하는 섬세함도 발군이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콜 미’에서 티모시 연기가 너무 좋았다. 젊고 어린 배우가 영혼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감성이 풍부했다”며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뉴욕 출신 배우로서 15세기 영국 왕을 연기한 어려움에 대해 샬라메는 “힘든 배역, 내 능력을 벗어나는 역할을 맡으라는 연기 스승들의 말을 따랐다”면서 “셰익스피어를 매우 좋아하는 데다 미쇼 감독과 조엘 에저턴이 함께 쓴 각본이 훌륭해서 끌렸다”고 말했다. 각본에 참여한 에저턴은 작품에서 헨리 5세의 충직한 기사 존 팰스타프를 묵직하게 연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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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라메가 주연한 ‘더 킹: 헨리 5세’의 한 장면. 넷플릭스가 투자 배급했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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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에 이목이 쏠린 것은 영화제의 대표 섹션인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트라는 점도 작용했다. 지난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월드시네마 부문이었다. 이번 영화제에 넷플릭스는 ‘더 킹’ 외에도 실화 바탕의 ‘두 교황’(감독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등 총 네 편이나 선보였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영화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급변하고 있고 영화제를 통해 더 많은 콘텐트가 소개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넷플릭스와 협력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후발 영화제로서 OTT를 껴안는 개방 전략을 취한 셈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015년 넷플릭스 제작 영화 ‘국적 없는 짐승들’을 처음으로 초청하고 지난해 ‘로마’에 황금사자상까지 안긴 것과 같은 노선이다. 반면 칸국제영화제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경쟁부문에 초청했다가 프랑스 극장연합의 거센 반발을 산 뒤로 넷플릭스 작품을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OTT 콘텐트는 글로벌 영화 제작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넷플릭스 측은 “세계적 거장인 마틴 스콜세이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노아 바움벡 등이 우리와 협업해 작품을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계의 평가 또한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어 ‘로마’의 경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더 킹’은 앞서 베니스와 런던 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이날 회견에서 ‘더 킹’ 출연·제작진도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미쇼 감독은 “넷플릭스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영화를 지원하는데다 자본과 함께 자유를 준다”고 말했다. 극장 상영이 불투명한 데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영화제에서 상영하고 점차 극장을 계약해 가는 방식도 만족스럽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제가 갈수록 (다양한 작품 소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이트’(2017)에 이어 넷플릭스 작품에 두 번째로 참여한 에저턴 역시 “영화관에 못 가는 사람들에겐 스트리밍이 해법이 된다”면서 “작은 스크린에서 보일 테니 디자인, 미학 이런 거 다 빼자 이런 감독은 없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에 극장 가서 본 게 몇 편이나 되나. 스토리가 좋으면 (공개)포맷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선 에저턴의 극진한 한국영화 사랑도 화제가 됐다. 그는 “한국 영화를 집착하다시피 좋아한다. 박찬욱·봉준호·나홍진 모두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들”이라면서 특히 ‘살인의 추억’의 소재가 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이 최근 밝혀진 것까지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산=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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