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시민사회 반발 잇따르자 / 주최측, 전시회 중단 결정 철회 / 우익 반발 고려 추첨으로 입장 제한 / 신청 첫날 1000명가량 관람 희망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3년마다 열리는 국제적 미술행사) 실행위원회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오후 2시10분부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표현한 평화의 소녀상 문제 등으로 중단됐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를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지난 8월4일 전시가 중단된 지 65일 만에 재개된 기획전은 트리엔날레 전체 행사가 폐막하는 14일까지 진행된다. 기획전 중지에 반발해 스스로 전시 중단을 선언했던 14개팀 작품도 이날 전시가 재개됐다.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이 지난 8월 일본 나고야 아이치 트리엔날레 ‘정의 시대’ 미술전에 전시돼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트리엔날레 측은 일본 우익세력의 반발과 물리적 행동 가능성을 등을 고려해 안전 유지를 위해 관람객이 몰릴 경우 추첨을 통해 한 차례에 30명씩, 총 2회 60명으로 입장을 제한키로 했다. 하지만 이날 관람을 신청한 사람은 1회 709명, 2회 649명으로, 회당 20대 1의 경쟁률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 신청을 고려하면 이날 하루 1000명가량이 관람을 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획전은 지난 8월1일 트리엔날레 개막과 함께 전시를 시작했으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일본 정부 관료의 압력 발언이 나오고 극우인사들의 협박이 잇따르자 트리엔날레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가 사흘 만에 전시 중지를 선언했다. 이후 일본 예술계와 헌법학계 등 일본 시민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사실상의 검열이라며 반발하며 파문이 일었다.
또 전시 중단에 반발한 작가들이 트리엔날레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빼 달라고 요구하면서 14개팀의 전시도 중단됐다. 특히 일본 문화청이 지난달 26일 트리엔날레 측 보조금 7800만엔(약 8억8000만원)을 교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의 압력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일본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기획전은 재개됐으나 이번 사태가 급속히 우경화하고 있는 일본 사회에 남긴 숙제가 적지 않다. 예술작품 내용을 근거한 일본 정부의 보조금 중단 문제는 미해결 상태로 법적 다툼으로 넘어가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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