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30명씩 추첨… 첫 회에만 709명 몰려
“소수관람, 또다른 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
극우인사 시위… 정부·市 “보조금 미지급”
검열당하는 관람객… ‘반쪽’ 재개 -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정부의 압박과 극우 세력의 협박으로 개막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됐다가 8일 두 달 만에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 8월 4일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의 팸플릿을 안고 있는 모습.나고야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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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지난 8월 극우세력의 협박 등으로 전시가 중단된 지 2개월여 만에 관람객과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일본의 극우인사들은 전시장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을 이어 갔다.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실행위원회는 8일 오후 2시 10분부터 아이치현 나고야시 문화예술센터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 코너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재개했다. 소녀상 외에 태평양전쟁 때 일왕이던 쇼와의 불타는 초상을 표현한 영상작품 등 기존의 전시작 23점이 모두 나왔다.
당초 이 기획전은 지난 8월 1일 트리엔날레 개막과 함께 시작됐지만, 소녀상 전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압력과 극우세력의 방화 협박 등이 이어지면서 사흘 만인 4일부터 중단됐다. 그러자 예술계와 학계 등 일본 시민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사실상의 검열”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이에 동조해 자신의 작품을 철수시키는 작가들이 잇따르면서 예술제 전체에 파행이 이어졌다.
결국 주최 측은 트리엔날레 전체 행사의 폐막(14일)을 1주일 앞두고 기획전의 재개를 결정했다. 그러나 1회 30명씩 추첨으로 뽑힌 관람객만 입장이 가능하고 동영상 촬영 불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 불가 등 제약 조건이 따라붙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실시된 첫 회 입장 응모권 지급에는 709명이 몰려 2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전시가 반쪽짜리로 전락하면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소수 관람만 허용하고 SNS에도 올리지 못하게 하는 등 제약을 두는 것 역시 또 다른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검열당하는 관람객… ‘반쪽’ 재개 -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정부의 압박과 극우 세력의 협박으로 개막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됐다가 8일 두 달 만에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은 이날 기획전을 찾은 한 관람객이 동영상 촬영과 SNS 확산 금지를 고지한 안내판을 읽고 있는 모습. 나고야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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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극우인사들은 전시 재개에 거세게 반발했다.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 회장대행으로서 표현의 부자유전에 격렬하게 반대해 온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장은 “표현의 부자유전 재개를 결정한 것은 폭력이다”라며 전시회장과 아이치현청 앞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본 정부가 당초 트리엔날레에 대해 약속했던 보조금 7830만엔(약 8억 7000만원)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고야시도 시 부담액인 3380만엔의 지급을 보류하기로 했다. 아이치현은 정부의 보조금 지급 철회에 대해 소송으로 맞서기로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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