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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은행, DLF 등 판매 금지” 각계 요구···‘펀드리콜제’ 도입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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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의 고위험 파생결합상품(DLS·DLF)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일부 증권사에서 운영 중인 ‘펀드리콜제’를 은행권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펀드리콜제는 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할 경우 일정기간 이내 투자자가 판매회사에 ‘리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은 8일 은행의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판매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낸 성명에서 키코(KIKO) 사태를 언급한 후, “복합판매의 피해 사례가 10년 이상 재발하는데도 은행은 여전히 안정추구형 금융소비자에게 위험한 파생상품을 사실상 사기와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지난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DLS·DLF 판매 국정조사 및 피해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차호남씨가 호소문을 읽으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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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는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도 강조했다. 이들은 “은행이 탐욕을 위해 금융소비자들을 제물로 삼는 것을 제어해야 할 금융위원회의 정책실패가 이번 DLF 사태를 만들었으며, 이를 감시해야 할 금융감독원의 감독 실패가 이번 사태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작 5개 질문으로 투자자 성향을 5개 등급으로 분류하는 현 투자자 성향 평가방식은 금감원이 면피성으로 만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은행에 면죄부를 주고 감독 사각지대를 넓혀 금융시장을 아수라판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 업권별 격벽을 유지하는 전업주의를 무시하고 복합화·겸업화를 추진해온 그간의 금융정책 때문에 이번 DLF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주범은 은행이지만 잘못된 금융정책을 펼친 금융위·금감원도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시중은행들의 파생결합상품 판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정무위)은 지난 4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DLF) 상품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며 “설계가 잘못됐다면 대한민국 금융정책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 이런 상품은 모두 허가제로 바꿔야 하고 은행에서 파는 것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들의 KPI(핵심성과지표) 평가 방식의 개선과 함께 제품 설계, 판매, 내부통제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 영세가맹점 지원방안’ 간담회에 참석한 이후 ‘DLF 대책 관련해 금융위에서 논의하는 게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다 없앨 수도 있다”며 “모든 옵션을 놓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를 못하게 하는 게 당국 입장에서는 맘 편한데, 그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반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8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고위험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이 적절한지, 사모펀드의 전문투자자 자격 같은 것도 재검토하는 등 설계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DLF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은행권의 고위험 파생상품에 ‘펀드리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정무위)은 이날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단순 불완전판매를 넘어 설계부터 제조, 유통과정까지도 정말 말도 안되는 사기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세계적인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 흐름으로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파생결합상품이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펀드리콜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제도인데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 중이라며 제도의 미비사항을 잘 보완해 은행권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리콜제는 2010년 금융당국이 실시한 펀드 불완전판매 암행 실태조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도입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판매사에서 펀드 판매직원이 불완전판매를 한 경우 펀드에 가입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투자자의 신청에 따라 투자원금을 판매회사에 지불한 수수료를 포함해 돌려주는 형식이다. 당시 감독당국과 금융투자협회가 확산을 유도해 2010년 KDB대우증권, 하나대투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3개사가 도입했고, 2013년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추가로 도입했다. 실제로 한화투자증권이 2013년 초 불완전판매 펀드에 대해 7건의 자발적 펀드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현재는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한화금융투자증권 등 4곳이 펀드 이외 대상상품 등을 확대해 제도를 운영 중이다.

김 의원은 “금융회사는 고위험 상품 판매 이후 상품의 구체적 내역(기초자산, 만기배리어, 약정수익률, 금융회사 수수료, 중도환매 수수료 등)을 문자로 고지하고, 고객에게 리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하도록 하는 ‘펀드리콜제’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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