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장기 자금만이 살길”…생애주기펀드 열올리는 운용업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모펀드의 인기가 수년째 부진한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의 관심이 ‘오래 붙잡아둘 수 있는 자금’ 유치에 집중되고 있다. 투자자 생애주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자산을 불려주는 연금 상품인 ‘타깃 데이트 펀드(Target Date Fund·TDF)’가 대표적이다. TDF는 올해에만 1조원 넘는 돈을 끌어모았다. 전문가들은 노후 준비의 필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만큼 TDF의 성장세도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조선비즈

일러스트=김의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1조원 빨아들인 TDF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이 지난해 4월 선보인 ‘한화 라이프플러스(Lifeplus) TDF’의 순자산 총액은 9월 말 500억원을 넘어섰다. 2018년 9월 377억원에서 1년 만에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삼성·미래에셋 등 이 분야 선두 운용사들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후발주자라는 점과 크게 위축된 펀드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게 한화운용의 분석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기를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자동 배분해주는 연금 상품이다. 가령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투자자는 주식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고, 젊은 투자자는 적극적인 주식 투자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삼성자산운용이 2016년 4월 국내에 처음 TDF 상품을 출시한 이후 주요 운용사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8년 3월 약 9200억원이던 국내 TDF 시장 규모는 이달 4일 기준 2조2285억원으로 2배 넘게 불어났다. 2019년 들어서만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TDF에 자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로 기존 퇴직연금 상품을 압도하는 수익률을 꼽는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퇴직연금의 최근 2년 수익률은 평균 1.13%다. 같은 기간 TDF 수익률은 5.77%다. 올해 수익률도 11.34%로 퇴직연금(4.40%)을 크게 웃돈다. 한화운용이 자금 유치에 선방한 원동력 역시 18%에 이르는 연초 이후 수익률(제로인 기준)이다.

현재 TDF 시장 1위(수탁고 기준)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9118억원)이다. 미래에셋운용은 미래에셋그룹의 전사적 지원으로 올해에만 5000억원 넘는 자금을 유치하며 ‘TDF 원조’ 삼성운용(8265억원)을 2위로 밀어냈다. 그 뒤를 한국투자신탁운용(2882억원)과 KB자산운용(1439억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1102억원)이 따르고 있다. 한화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도 선발주자들을 부지런히 추격 중이다.

조선비즈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디폴트 옵션 도입시 폭풍 성장 기대

운용사 입장에서 TDF의 흥행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공모펀드 시장이 수년째 제자리에 멈춰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펀드 시장의 전체 수탁고는 약 551조원이다. 펀드 설정금은 최근 4년 새 174조원 늘어났는데, 증가분의 92%인 160조원이 사모펀드에 해당한다. 공모펀드는 14조원 증가에 그쳤다. 이 영향으로 2014년 46%이던 사모펀드 비중은 작년 말 60%로 확대됐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TDF는 가입자의 노후 자금이 적립식으로 꾸준히 들어오는 상품이기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서는 고객과 돈을 오랫동안 묶어둘 수 있다"며 "공모펀드 약세에 신음하는 요즘 분위기에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디폴트 옵션(자동투자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라는 점도 운용사들이 TDF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게 만드는 배경이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투자·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사가 알아서 자산을 굴려주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200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운용처로 TDF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 디폴트 옵션과 퇴직연금을 외부 전문가들이 굴려주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골자로 하는 퇴직연금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문유성 한국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은 "향후 법 정비를 거쳐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TDF의 성장세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