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재정분권 주장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당혹스러움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그가 보기에 재정분권은 인구 감소와 연결시켜 볼 때 우려스러운 점이 여럿 있었다. 지역 간 격차 문제 역시 단순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도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하지만 재정분권론자들 대부분이 그 문제를 중시하지 않았다. 재정분권의 필요성을 먼저 따져보는 단계는 건너뛴 채 재정분권의 방법만 토론하는 풍토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정책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이고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를 만들고 범정부 로드맵을 만드는 등 나름 의욕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그 속에서 범정부 재정분권 TF가 내놓은 방안은 ‘만신창이가 된 채’ 발표됐다. 다양한 재정분권 정책 가운데 가장 속도를 내는 건 결국 지방소비세 등을 인상함으로써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을 높인다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세 대비 지방세 비중을 높이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제대로 토론이 된 적은 없다. 그나마 지방재정 확대를 빌미 삼아 지방사무이양이라는 ‘밀어내기’가 기다리고 있다.
재정분권은 ‘집권과 분권’의 대립구조를 설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논리상 지방의 자율성을 키우는 상향식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재정분권 정책은 하향식 구조, 정부의 힘에 기대서 진행되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은 재정분권 의제를 제기할 때까지만 주도적이었을 뿐이다. 민간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듯했던 재정분권 TF마저 결국 중앙정부의 관료들 벽을 넘지 못했다.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처럼 지자체의 의견수렴을 제도화하기 위한 방안은 안 보인다. 동시에, 지자체의 자율성 얘기는 많지만 책임성 얘기는 지자체에서도 별다른 얘기가 없다.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을 통합하는 문제도 시급히 고려해야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된 지 오래다. 학령인구는 감소 추세인데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계속 증가 추세다. 학령인구 1인당 교육재정 최종 예산은 2010년 628만원에서 2018년 1294만원으로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 정책은 어긋난 진단에 바탕을 두고 빗나간 처방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빈곤한 철학과 사라진 토론이라는, 우리 정부 정책의 고질적이고도 낯익은 민낯을 만나게 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부담없이 즐기는 서울신문 ‘최신만화’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