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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사설] 또 엉뚱한 책임 회피, 지금 나라에 대통령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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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반대하는 집회와 지지하는 집회가 대규모 세 대결 양상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며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접 목소리를 내준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모든 심각한 사태를 만들고 키운 책임자가 먼 산을 보며 남 말 하듯 한다. 지금 나라에 대통령이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서울 광화문에서 2016년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인 집회가 벌어지고 조국과 문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그중 일부는 지금도 청와대 앞에서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 반대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조국을 지킨다며 검찰청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주말마다 열고 있다. 대한민국을 벼랑 끝 내전(內戰) 상태로 내몬 것은 문 대통령 본인이다.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사람을 지키려는 대통령의 아집 때문에 나라가 두 동강 나 갈등이 끝없이 깊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소모전을 벌여야 하는지 많은 국민이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런데 "국론 분열이 아니고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모든 정치가 거기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문제를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했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조국 가족의 반칙과 특권에 분노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깔아뭉개고 '조국 수호' 집회를 벌이는 사람들만 '국민'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남 얘기 하듯 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쓴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내에서 조국의 파렴치에 대한 분노가 들끓을 때 "평화도 개혁도 변화의 몸살을 겪어야 더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 했다. 이상한 정책 실험을 하다 나라 경제가 침체 위기인데 문 대통령은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어이없는 말을 했다. 주요 제조업이 다 힘든데 "제조업이 회복되고 있으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고도 했다. 원전이 위험하다며 탈원전한다면서 다른 나라에 가서는 "한국 원전은 40년간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며 자랑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실 내부 비위 폭로가 나오자 "정의로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해놓고 조국을 더 신임했다.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말을 계속하다 이제는 수십만 군중이 세 대결을 벌이는 사태를 스스로 만들어 놓고도 '잘들 해보라'는 식이다. 문 대통령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국민이 많아지는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가.-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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