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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법과 사회] 법무장관 一家의 '일도 이부 삼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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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촌 조카, 수사 전 해외 도피… 사모펀드 "이번에 알았다" 부인

대통령 '백' 업고 검찰에 적반하장 개혁 주문하는 조국

조선일보

최원규 사회부 차장


검찰청사를 들락거리는 피의자들 사이에 불문율 같은 얘기가 있다. 걸리면 도망가고, 잡히면 부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백(back)'을 쓰라는 것이다. '일도(一逃) 이부(二否) 삼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통용된다. 주로 잡범(雜犯)들이 하는 짓이다. 그런데 법 집행 최고 책임자인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一家)가 거의 두 달에 걸쳐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를 둘로 쪼갠 것도 모자라 형사(刑事) 절차적으로도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

우선 '일도'. 조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구속)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해외로 도피했다. '조국 펀드' 운용사의 실질적 대표였던 그는 해외에서 펀드 관련 업체에 전화를 걸어 "조 후보자는 돈이 어디 쓰였는지 몰라 답변할 수 없다고 (청문회에서)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대로 됐다. 그가 업체 관계자에게 "(펀드 문제가 불거지면) 다 죽는다. 조 후보자가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입막음을 요구한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조씨의 도피가 혼자만의 판단이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더 심각한 건 '이부'였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사모펀드가 뭔지 이번에 공부했다"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 이름도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조 장관 가족이 14억원을 투자한 펀드였다. 지난해 재산 신고 내역에도 코링크PE라는 이름과 투자 금액이 나와 있다. 설령 부부가 담쌓고 지냈다 해도 "이번에 알았다"는 건 거짓말일 것이다. 이런 거짓말은 너무 많아 더 쓰지 않겠다.

이들은 증거인멸까지 했다. 조 장관 아내는 자산관리인이던 증권사 직원을 시켜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했고, 사무실 PC는 통째로 들고 나왔다. 이 직원은 "자택 PC 교체하던 날 집에서 마주친 조 장관이 '고맙다'고 인사했다"고 했다. 간 큰 피의자들도 이런 일은 쉽게 못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삼백'이다. 피의자 신분인 조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지시 등으로 연일 검찰을 압박했다. 맞는 말이라 해도 수사 대상인 장관이 자신을 수사하는 특수부를 줄이라는 얘기를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나. 그걸 누가 공정하다고 하겠나. 그런데도 여당 대표, 국무총리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그를 거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하며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이에 놀란 검찰이 '특수부 축소' '공개 소환 폐지' 방침을 내놨는데 그 첫 수혜자가 조 장관 아내였다. 더 이상의 '백'이 있을 수 있겠나.

검찰 제도가 시작된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수사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돼 있다.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검찰 중립을 입에 달고 다닌 문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 과거 대통령들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들릴 만한 언급을 한 적이 있지만 수사가 한창인 와중에 이런 식으로 수사에 개입하는 건 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법무장관이라면 그런 대통령을 말렸어야 했다. 대통령이 나서면 수사 개입으로 비칠 수 있으니 자신이 직접 감당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조 장관은 그럴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대통령 품으로 숨었다.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본다.

이번 수사에선 형사 절차적으로 일어나선 안 되는 일들이 다 일어났다. 머지않아 잔꾀를 쓰다 검찰에 잡힌 잡범 중에 "법무장관도 그랬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며 검사에게 대드는 이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런 최악의 선례를 남긴 조 장관이 어제도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런 삼류 코미디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최원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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