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앵그르, 그랑드 오달리스크, 1814년, 캔버스에 유채, 91x162cm, 파리 루브르박물관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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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리스크’는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궁정 시녀 ‘오달릭’을 프랑스식으로 읽은 말이다. 그들은 후궁들의 시중을 들었지만 이슬람 세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펼쳤던 19세기 유럽인들의 환상 속에서는 이슬람의 제왕, 술탄의 쾌락을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여자 노예로 변모했다. 문화권을 건너오며 발음만 달라진 게 아니라 의미도 달라졌던 것이다. 화가 앵그르는 유럽인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튀르크 제국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다. 그는 터번과 깃털 부채, 향로 등 이국적 물건 가운데 자기가 존경하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풍의 전형적 유럽 미인을 눕혀 놨다. 말하자면 앵그르의 오달리스크는 현실 세계에는 없고, 다만 서구인들의 환상 속에만 살아 있던 가상 존재였던 것.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왜곡된 이 여인의 정체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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