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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해찬, 국회의장이 '거리정치 극복하자'며 부른 5당대표 오찬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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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게이트]

따로 黨간부와 점심… 文의장 "주례·신부 왔는데 신랑 빠진 격"

4당 대표, 5당 대표 모이는 '정치협상회의' 합의… 李대표에 전달

황교안 "조국 지키려 무리수" 심상정 "전쟁중에도 대화 하는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與野) 5당 대표 간 월례 오찬 모임인 '초월회'에 돌연 불참했다. 민주당은 이날 모임 두 시간 전인 오전 10시쯤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는 초월회가 민생을 위해 도모하는 장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어 태풍 피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생'을 챙기기 위해 불참한다는 취지였다.

작년 10월 시작된 초월회 회동에 이 대표가 불참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가 '민생'을 거론했지만 실상은 야당 대표들의 쓴소리가 듣기 싫어서 불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초월회에 가봐야 황교안 대표뿐 아니라 손학규, 정동영 대표 모두 (이 대표에게) 쏘아붙이고 하지 않느냐"며 "그런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오히려 갈등만 더 야기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가봤자 야당 대표들이 싸움만 걸려고 했을 텐데 이 대표가 모처럼 잘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여당 대표는 다른 곳에 - 문희상(가운데) 국회의장이 7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 모임에서 야 4당 대표들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문 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초월회에 불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강원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모습. /이덕훈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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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의장은 이날 초월회를 주재하며 이 대표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문 의장은 "잔칫날에 주례를 하러 왔는데 신부(야당)는 있고 신랑(여당)만 빠진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고 했다. 문 의장은 "이대로 가면 대의민주주의는 죽는다"며 "분열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선동의 정치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당 최고위회의에서는 지난 5일 서초동 촛불 집회를 거론하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한 광화문 촛불 집회를 연상시키는 규모"라며 "검찰 개혁을 향한 국민의 자발적 열망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들은 "집권 여당 대표가 대화를 걷어차고 정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조국 한 사람을 지키겠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의회정치 붕괴를 부르짖는 문 정권의 오만과 독선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여당 대표가 나오지 않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전쟁 중에도 서로 대화하고 협상하는데, 지금같이 위중한 시기에는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 대표의 불참은 유감이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초월회 참석 대신 조정식 당 정책위의장과 오찬을 함께 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은 "정쟁보다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에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여당 대표가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기는커녕 비판에 귀를 닫고 조국 지키기에만 몰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한 여당 의원은 "여당 대표가 새털같이 가볍게 구는 건 시국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쪽에선 싸우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대화 채널은 가동한다는 걸 여당 대표가 보여줘야 하는데 이 대표가 스스로 여당 지도자로서의 직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 스스로 정치력 발휘를 못 하는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며 "여당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내지 못하고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한 단면을 보여줬다"고 했다.

문 의장은 이날 회동에서 야 4당 대표와 '정치협상회의'를 신설·운영하는 데 합의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정치협상회의는 지난달 초월회에서 이 대표가 처음 제안했으며 오늘 문 의장 중재로 다른 4당 대표가 모두 동의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국회 측은 정치협상회의 신설을 여야 합의사항으로 발표하기 전에 '제안자'인 이 대표에게 그 사실을 전달했다고 한 대변인이 밝혔다. 정치협상회의는 문 의장과 5당 대표가 기본 참석 대상이며 사안별로 실무협의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필요에 따라 전체 회의 외에 수시로 양자 회의 등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야권에선 "제안자인 이해찬 대표가 초월회에 불참, 야당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마당에 정치협상회의라고 제대로 가동되겠느냐"며 "야당에 대한 여당 대표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황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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