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스톡홀름 노딜' 美설명 들으러… 이도훈 급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외교가 "한국, 협상서 역할 못하고 美·北서 정보 공유 받지 못해"

日은 "美정부한테 설명 들었다"

靑 "비핵화 협상 끝난 것 아니다"

일각 "북핵 운전자라던 文정부, 구경꾼으로 입지 쪼그라들어"

조선일보

외교부는 7일 "이도훈〈사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한·미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하기 위해 오늘 오전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10일까지 워싱턴 DC에 머물며 비건 대표로부터 이번 스톡홀름 협상 결렬에 관한 내용을 공유받을 예정이다.

이 본부장의 출국은 '스톡홀름 노딜'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급히 이뤄졌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는 이번 미·북 실무협상이 성사·진행·결렬되는 과정에서 별 역할을 하지 못했고, 미·북으로부터 제대로 정보 공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외교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일 오후 북한 매체가 협상 재개 소식을 보도했을 당시 이를 예상하지 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비건 대표가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측에 내놓았다는 '창의적인 방안들(creative ideas)'에 대해 우리 정부에 미리 공유해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 '리크(정보 유출)'를 우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던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 촉진자를 거쳐 구경꾼으로 점차 역할이 쪼그라들고 있다"면서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북한은 인도·파키스탄 같은 '사실상의(de facto) 핵보유국'을 향해 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1월 있었던 스톡홀름 실무협상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 당시 정부는 이 본부장을 스톡홀름 협상장으로 보내 현지 상황을 디테일하게 파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본부장을 비롯한 간부급을 아무도 보내지 못했고, 이는 북한이 우리 정부가 협상에 끼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톡홀름 노딜' 전후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정부는 이날도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지난 1일 오후 북한이 미·북 실무협상 재개 소식을 발표하자 30여 분 만에 환영 입장을 낸 것과는 딴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러 사안을 언급하면서도 미·북 협상 결렬은 거론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에 대해 평가하기엔 좀 이르다"며 "지금은 북·미가 다시 실무협상 자리에 앉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북 비핵화 협상이 모두 끝난 게 아니다"라며 "섣부른 판단은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어 뭐라고 평가하는 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한 번의 만남으로 성급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는 하노이 노딜 이후 7개월 만에 협상이 재개돼 잘되길 학수고대했다"면서 "하지만 또 '노딜'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크게 실망, 대외적으론 말을 아끼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스톡홀름 노딜을 변곡점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이 한·미 정부에 더욱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은 "미국은 스톡홀름 결렬 직후 실무협상을 2주 안에 다시 하자고 손을 내밀었지만, 이마저도 북한은 걷어찼다"면서 "북한은 협상을 더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내년 미(美) 대선 국면까지 미사일 도발 등을 하며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미·북 협상과 관련해 "미국 정부로부터 협의 경과에 대해 우선 설명을 들었다"며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방미해 더 자세히 설명을 듣고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이번 미·북 협상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 본부장은 방미 기간 한·일, 한·미·일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도 가질 예정이다.

[노석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