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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北 "미국이 준비 제대로 안하면 끔찍한 사변 일어날 수도"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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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美측에 책임 떠넘기기

조선일보

미·북이 '노딜'로 끝난 스톡홀름 비핵화 협상에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여러 차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 "실망스럽다"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반면, 미국은 '예견된 결렬'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 관리 차원에서 북한과 대화는 이어가려 하겠지만,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협상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미·북 실무 협상 북측 대표로 참석한 김명길〈사진〉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 귀국길에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추후 회담은 미국 측에 달려있다"며 "이번 회담은 역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며 협박성 발언도 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길은 모스크바 공항에서도 "역스러운 회담이 다시 진행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며 결렬 책임을 미국에 전가한 것이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오히려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에 더 성의 표시를 해달라고 항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측에서는 이번 협상 결렬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에선 애초부터 탐색전 성격인 이번 회담에서 대단한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후속 대화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의 기대·요구만큼 미국이 협상 조건을 양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로 미국 내 북한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탄핵 위기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실체 없는 외교 성과보다 애국심에 호소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근보다 채찍을 쓰는 국면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북한의 최근 SLBM 발사를 거론하며 이번 실무 협상 결렬로 북한이 더 많은 무기 실험을 할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 신문에 "결렬은 예상됐다"며 "김정은은 트럼프를 직접 상대하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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