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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시국선언 교수 첫 토론회 "조국식 檢개혁, 이념·보복적 물갈이 진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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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 시국선언’ 주도 정교모, 첫 ‘조국 토론회’
"조국이 유일한 적임자란 주장은 법조인 전체 모독"
"공수처는 ‘민변 검찰’ 만들려는 의도 우려"
"검찰 개혁보다 조국 사퇴가 먼저" 구호 외치기도
정교모 "토론회 또 열 것…서명 계속 받아 2차 시국선언"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전·현직 대학교수 시국선언을 주도한 교수단체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이 7일 ‘조국 사태’와 ‘검찰 개혁’에 대한 첫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선 "조국식 검찰 개혁은 검찰 권력에 대한 법무부와 청와대의 정치적 장악력 확대가 실질적 목표이며, 개혁을 빌미로 이념적, 보복적 물갈이가 진행될 우려가 크다"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의 유일한 적임자라는 주장은 그 자체가 적폐이며, 법조인 전체를 모독하는 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조선일보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국의 검찰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학술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이영란 숙명여대 법과대학 명예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종민 변호사,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들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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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모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조 장관이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검찰 개혁의 정체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첫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최원묵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민 변호사, 이영란 숙명여대 법대 명예교수,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등 법조계 인사 4명이 발표자로 나섰다. 최원목·이영란 교수 등은 조 장관과 같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김학성 교수는 "일각에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들이 모여 경사된 시각에서 조국 퇴진을 논의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검찰권 행사와 국가구조를 탐색하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 그는 "개혁은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하느냐도 중요하다"며 "범죄 혐의가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조 장관이 버티고 서 있는 한 검찰 개혁은 도리어 해가 된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조 장관이 주장하는 검찰개혁은 법무장관이 인사 전권을 행사하는 등 ‘이념적 물갈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現 정부식 검찰 개혁은 정치인이 검찰 장악…촛불 시위 이념과 안 맞아"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원목 교수는 "현 정부의 검찰 개혁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올바른) 검찰 개혁은 선출된 권력이 비선출 권력인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춰야 한다. 선출된 권력이 검찰을 장악하는 식의 개혁은 촛불시위의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최 교수는 "현 정부 식의 검찰 개혁을 실행하면 청와대와 법무장관이라는 정치인이 검찰 기능을 모두 틀어쥐게 된다"며 "검사 인사와 관련해 장관이 제청권을 행사하고 검찰 업무에 대한 감찰을 강화되면 법무부는 비검찰화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검찰은 법무부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법무부에 장악될 게 아니라 검찰이 독립적 인사권과 예산권을 보유하도록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며 "검찰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청와대나 법무부가 아닌 감찰위원회를 민간인 위주로 개편해 나가면서 단계적으로 검찰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또한 선진 경찰 제도 도입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전체적인 방향에선 가능하다고 보지만, 그에 앞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자치경찰제 등 선진적인 경찰 제도가 실행돼야 가능하다"며 "현재처럼 국가에 의한 중앙경찰제도가 운영될 경우 경찰의 정치적 이용만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 "공수처, 대통령 직속 사찰 수사기구 될 수도"
광주지검 순천지검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 개혁의 핵심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해 ‘정권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돌려주는 것"이라며 "서초동 집회에서도 많은 분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공수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권력이 함부로 검찰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대통령의 검사인사권을 제한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현재 진행되는 방향은 공수처 검사가 방대한 수사권을 갖게 된다. (공수처 검사가) 군(軍) 검사의 권한도 행사하고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이유로 언론까지 수사할 수 있어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또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을 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기구를 빙자해 실질적인 ‘민변 검찰’을 만들려는 의도가 아닌가 우려된다"며 "공수처엔 50%만 검사고 나머지는 다른 데서 채워져야 하는데, 상당수가 민변에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법무부의 민변화’와 비슷한 양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공수처가 대통령 직속 사찰 수사기구가 될 수 있다"며 "공수처가 설치되면 조 장관 일가 의혹도 공수처로 이첩될 수 있다. 수사를 부당하게 중단시키거나 축소·은폐할 목적으로 공수처가 악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검찰 개혁의 최종 수혜자는 특정 정파가 아닌 전체 국민이어야 한다"며 "조 장관은 검찰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했는데, 며칠 전 (조 장관이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서초동 집회 사진으로 바꿨던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분이 온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검찰 개혁 대부분 골격은 입법사항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법무장관이 할 수 있는 개혁이란 공수처로 만들어진 틀 안에 어떤 사람들을 채워 넣느냐에 해당하는 인사권이 전부"라며 "이런 상황에서 (조 장관이) 공수처를 강조하는 것은 공수처의 인적 구성을 정파와 진영의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야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 장관이 추구하는 검찰 개혁안 중 공수처 설치는 불순한 의도와 불길한 미래가 보인다"며 "현재 진행 중인 조국발 검찰 개혁은 ‘자신의 거악’에 대해선 피의사실공표 금지, 공무상 기밀누설죄 적용 등을 명분으로 깜깜이로 놔두고 ‘조국을 위한, 조국에 의한, 조국의 검찰 개혁’만을 외치고 있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영란 숙명여대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요즘 어떤 사실에 대해 비판을 하면 (조 장관 측은) 그 사실을 해명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너도 과거에 그러지 않았느냐’ ‘네 자녀 입학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몰아간다"며 "지적을 당한 사람은 그 사실을 해명하고 증명하고 인정하거나 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부 국민이 보기엔 조 장관의 임명이 마치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 개혁안을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시키려는 수단으로 비치고 있다"며 "(검찰 개혁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이것을 하려면 조 장관이 적임자’라는 주장만 하면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국의 검찰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학술토론회에서 교수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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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자신과 가족부터 개혁해야" "조국 임명은 반칙과 특권 용인 사례"
교수들은 1부 토론회를 마친 뒤 "검찰 개혁보다 조국 사퇴가 먼저" "부정부패 조국 사퇴" 등 구호를 외쳤다.

2부에서는 여러 교수가 나와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공주교대 총장을 역임한 전우수 교수는 "문 정부는 서초동에 모인 인파의 함성은 무겁게 들으면서 그보다 청와대에 훨씬 가까이에 모인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이라는 구호는 안 들리는 것이냐"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교수가 자발적으로 동참해 우리가 사는 이곳의 정의가 무너졌다고 말하고 있으나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조국은 자신과 가족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장관 임명은 민의를 저버린 것일 뿐만 아니라 반칙과 특권이 용인된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며 "그가 장관직을 지키면 앞으론 어떤 부조리가 있는 사람도 장관직에서 내려오라고 못 하지 않겠냐. 이것은 위헌적 사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명과 토론회 계속 진행"...2차 시국선언발표 예정
정교모는 앞으로 계속 조 장관과 검찰 개혁에 대한 토론회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일단 2주 후쯤 ‘조국 장관 임명으로 무너진 사회 정의와 윤리’ 등을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교모는 또한 조 장관이 사퇴할 때까지 시국선언문 서명을 계속 진행하고, 조만간 2차 시국선언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교모 관계자는 "서명 등 정교모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교수들의 사례가 접수돼 공동 대응하기로 결정했다"며 "정치적인 목적은 없으며 정파를 떠나 참여한 교수들의 뜻이 왜곡되지 않도록 허위서명자에 대해선 형사고발 조치를 취하고 교수들이 할 수 있는 활동에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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