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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고레에다 감독, 한일관계 악화에도 “영화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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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아베정권 영화계 탄압 심해져”

중앙일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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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영화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압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방송은 이미 정부권력에 조종당해 원래의 기능을 잃고 있습니다. 영화 역시 제작 보조금 정책을 규제해 정부 비판적인 영화가 제작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그럴수록 저는 우리 영화의 독립을 위해 맞서려 합니다. 영화를 만들기 힘들어진다 해도 싸울 것입니다.”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57) 감독이 자국 일본의 우경화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새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들고 찾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다.

개막 나흘째인 6일 해운대 호텔에서 본지와 만난 그는 5년 전 부산영화제가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정치적 탄압을 받은 것을 돌이키며 아베 정권에 맞선 저항의 방법을 “당시 영화제를 지켜낸 한국 영화인에게 배울 것”이라고 했다.

“부산영화제가 개최에 어려움을 겪을 때 저도 전 세계 영화인들과 함께 미력하게나마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면서 “이후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명쾌한 선언을 하며 영화제가 정상화에 이르렀다. 일본은 지금 이런 기본적인 전제조차 돼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의 힘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일관계가 악화한 올해 그가 이번 영화제에 참석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좀도둑 가족의 비극을 통해 일본 사회의 그늘을 짚어낸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그에게 올해 부산영화제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여했다. 5일 시상식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그는 “ ‘민족주의’와 전혀 무관한 지점에서 영화를 통해 가치관을 공유하고 연대할 수 있는 경지를 느꼈을 때 정말 행복하고,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게 된다”면서 “많은 대립이나 간극을 넘어 서로를 이어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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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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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고 부산에서 아시아 최초 공개된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그의 열 네 번째 장편이자, 처음 일본을 벗어나 찍은 영화다. 10년 넘게 친분을 쌓아온 프랑스 배우 줄리엣 비노쉬의 제안으로 비노쉬와 프랑스 영화사의 산 역사 카트린 드뇌브가 주연을 맡았다.

주인공은 프랑스 스타 파비안느(카트린 드뇌브). 거짓과 허구를 뒤섞은 자서전을 갓 펴낸 그가 미국에서 작가 일을 하는 딸 뤼미에르(줄리엣 비노쉬)가 고향집에 찾아온 걸 계기로 자신의 진짜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는 내용. 감독 특유의 가족영화 분위기가 가득하다. 한국에선 12월 개봉한다.

“23년 전 왔던 1회 부산영화제에선 제 영화(‘환상의 빛’) 상영 중에 필름이 갑자기 불타버렸어요(웃음). 저와 데뷔 이래 줄곧 같은 세월을 걸어온 영화제죠.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걸 감사하고 귀중한 행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매해 부산영화제를 찾아온 그의 말이다.

부산=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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