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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정경심, 조서 10시간 확인… 불구속 노려 ‘고의 지연’ 전략? ['조국 정국' 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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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소환조사… 검찰과 신경전 계속 /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첫 조서 열람 / 오후 7시30분∼11시55분 2차 조사 읽어 / 일각 “檢 압박 통해 신병확보 부담 주기” / 건강 이상 호소하면서 열람 열중 ‘모순’ / “양승태처럼 열람·재판 대비 노림수” / 정교수측, 딸 인턴 영상 공개… 의혹 반박

세계일보

검찰청사 앞 방송중계차 대기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두 번째 비공개 소환조사한 다음날인 6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방송중계차가 설치돼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5일 조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재차 소환 조사했지만, 정 교수 측이 대부분 시간을 조서 열람에 쏟아붓는 등 검찰과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교수 조사가 더디 진행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수사가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구속 노리고 지연시키려는 것”

6일 검찰에 따르면 정 교수가 전날 15시간에 걸친 마라톤 조사를 받았지만, 검사와 문답을 주고받은 시간은 약 2시간40분에 불과했다. 첫 조사 때처럼 비공개로 출석한 정 교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첫 조사 때 작성된 조서를 열람했다. 이후 오후 6시40분까지는 2차 조사를 받았다. 이어서 7시30분부터 오후 11시55분까지 조서 열람을 한 뒤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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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변호인 이인걸 변호사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정 교수는 지난 3일 첫 조사 때도 오전 9시에 출석했지만, 건강 문제를 호소해 8시간 만인 오후 5시쯤 조사 중단을 요청하고 귀가했다. 식사와 휴식, 조서 열람 시간 등을 제외하면 문답이 오간 시간은 약 5시간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첫 조사 때와 달리 두 번째 조사를 마친 뒤엔 조서에 서명·날인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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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가 불구속으로 재판받기 위해 일부러 조사 일정을 지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조국 수호’ 집회도 가세해 검찰이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이 다방면으로 압박을 느끼도록 해서 정 교수의 신병 확보에 부담을 느끼도록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런다고 검찰이 물러서진 않을 것이고, 검찰 인내심도 한계가 있는 만큼 많아야 한두 차례 더 조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 교수 측이 검찰 측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지연시키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문답 과정에서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묻는지 파악하기 위해 조서 열람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재판 대비한 ‘양승태 전략’인가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싶어도 정 교수의 조서 열람에 시간제한을 두거나 막을 방법은 없다. 범죄 혐의를 의심받는 피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 작성 조서와 달리 검찰 작성 조서는 증거 능력이 부여돼 있어 장차 피의자신문조서로 정리된 뒤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다. 피의자 입장에선 방어권 행사를 위해 조서를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정 교수)이 조서를 오랫동안 보겠다고 하는데 도리가 없지 않겠냐”고 했다.

하지만 정 교수가 “검사 눈을 마주치기 어려울 정도”라고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도 조서 열람에는 장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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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처럼 조서 열람과 동시에 재판 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도 지난 1월11일 직권남용 등 혐의 피의자로 첫 소환 조사를 받았는데, 조서 열람을 다 마치지 못한 채 귀가했다. 이후 비공개 소환 조사를 몇 차례 더 받았고, 조서 열람도 이어서 했다. 이에 검찰 안팎에선 “양 전 대법원장이 조서를 통째 외워서 재판에 대비하려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조서가 본인의 진술과 다르게 작성된 게 많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양승태 피고인은 조사보다 열람 시간이 훨씬 길어서 다들 놀랐을 것”이라며 “변호인도 입회했는데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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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법조계에선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조사 때도 장시간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구속기소했듯, 정 교수 역시 조사가 늦어지더라도 신병 확보를 시도한 뒤 추가 기소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 교수 측은 이날 딸 조모(28)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되자 활동 당시 촬영된 동영상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수사 진행 중인 사안에 입을 닫고 있던 정 교수 측이 18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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