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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함으로써 이전 자백의 신빙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8차 사건 자백이 사실이면 이전 화성 연쇄살인사건에서 억울한 옥살이가 나오는 셈이고, 거짓이라면 현재 수사팀에 한 살인범죄 14건과 강간·강간미수 30여건 등범행 자백도 믿기 어렵다. 경찰 역시 이씨의 입에만 매달려 대형 미제사건 진위규명을 서둘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졌다.
6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8차 사건 범인으로 수감됐던 윤모씨(당시 22)를 비롯해 사건을 그 때 맡았던 수사 경찰관 등 관계자를 조사 중이다. 이들을 통해 8차 사건을 저질렀다는 이춘재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박모양(13)이 희생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이듬해 7월 윤씨를 검거해 나머지 연쇄살인 사건의 모방범죄로 종결처리했다. 윤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 모범수로 감형을 받아 2010년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2003년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나는 8차 사건 범인이 아니다"라며 "나처럼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놈이 어디다 하소연 하겠냐"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고 차후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본청과 상의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8차 사건을 저질렀다는 이씨의 자백이 사실이 아닐 경우도 문제다. 이씨는 앞서 미제로 남았던 화성 연쇄살인 9건은 물론, 화성 청주 일대에서 살인 14건, 강간·강간미수 30여건 등 총 40여건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청주지역에서 미제로 남았던 유사사건도 이씨의 소행으로 정리되는 국면이었으나 8차 사건 자백으로 전환점을 맞게 됐다.
특히 8차 사건은 당시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체모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해결한 사건이다. 윤씨의 DNA(유전자)와 현장 증거의 DNA가 일치했다는 게 당시 수사팀의 입장으로 섣불리 이춘재의 자백에 무게를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씨가 33년만에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반면, 물적 증거가 빈약한 점 등 현재 수사팀보다 우위에 있는 점을 이용해 혼선을 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 태안읍 반경 2~3㎞ 이내에서 6년 동안 10명의 부녀자가 희생된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 드라마 '갑동이' 등 소재로도 쓰였다. 모방범죄로 범인이 잡힌 8차 사건 외 9개 사건은 해결하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완성돼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경찰은 최근 DNA 검사를 통해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용의자로 이씨를 지목했다. 이후 이씨는 화성 사건을 포함해 살인 14건 및 강간·강간미수 범행 30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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