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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부산영화제] "필리핀 여성들 통해 세계화 시대 가사노동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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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오버씨' 연출한 윤성아 감독

연합뉴스

'오버씨'의 윤성아 감독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에 초청된 '오버씨'를 연출한 윤성아 감독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 10. 6.



(부산=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외국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 가사도우미들. 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타국의 가정에서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고 있는 것일까.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에 초청된 윤성아(42) 감독의 영화 '오버씨'는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프랑스에서 자란 윤 감독이 벨기에 브뤼셀 영화학교에 다니던 시절, 외국인 여성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모습을 본 것이 영화의 시작이 됐다.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윤 감독은 "그 시기에 세계화된 시대의 가사 노동이 무엇인지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필리핀 정부가 공식적이고 제도화된 방식으로 가사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외국으로 송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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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씨'의 윤성아 감독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에 초청된 '오버씨'를 연출한 윤성아 감독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 10. 6.



영화는 필리핀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센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다. 여성들은 가사 노동의 방법, 앞으로 당할 모멸에 대처하는 법, 성폭력을 예방하는 방법들을 배운다. 이미 외국에서 일하고 온 여성들이 때로는 선생님이 되며 상황극 등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윤 감독은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필리핀에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 주제를 깊게 이해한 상태로 영화를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20개 가까이 되는 교육센터를 방문해 아주 오래 관찰했어요. 촬영이 진행된 센터는 여성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서 선택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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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씨'
[부산영화제 제공]



여성들의 경험을 통해 전해지는 외국에서의 모멸이나 고난의 수위는 상상 이상의 것이다. 한 여성이 화장실 변기를 청소하다 울음을 터뜨리는 영화의 첫 장면이 이를 단적으로 전달한다.

윤 감독은 "첫 장면을 통해 일종의 '미스터리'를 영화에 넣고 싶었죠. 관객이 궁금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고 또 그 여성의 절망적인 감정을 보여줘야 했거든요. 또 그 장면이 사람들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가사노동의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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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씨'의 윤성아 감독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에 초청된 '오버씨'를 연출한 윤성아 감독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 10. 6.



'오버씨'는 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첫 번째 장편 '풀 오브 미싱 링크스'(Full of Missing Links, 2012)는 오래전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한국에 오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오버씨'가 필리핀 여성들을 통해 현대판 노예라고 부를 수 있는 세계화 시대 가사 노동의 현주소를 되짚듯, 첫 장편도 감독 본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한국 사회의 초상화라는 더 큰 주제로 나아간다.

"헤어짐과 분리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싶었죠. 남북의 분단,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지 등 한국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분리에 관한 감정이 두 번째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됐고요."

이처럼 영화 속에 자신의 이야기가 반영되는 것은 일종의 '무의식'이라고 윤 감독은 강조했다.

"'오버씨'도 편집하는 과정에 와서야 제 이야기와의 관련성이 의식되기 시작했어요. 시작할 때는 왜 찍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했죠.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제 이야기를 역사 안에 넣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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