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카뮈가 프랑스 시인 르네 샤르에게 보낸 편지 한 구절로 시를 지었다. “밤늦게까지 시를 읽었습니다/ 당신이 그 이유인 것 같아요/ 고독의 최소 단위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로 시작하는, 시인 류시화의 새 시집 표제시. 전체 93편에 “나” 없는 시가 적다. ‘당신’이 파생시킨 존재다.
수오서재, 1만6000원.
♦스위트 솔티
“‘우리’도 난민”이라는 후기로 관통되는 황모과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자의 끼니 등을 거들었던 소위 산업위안부 이야기, 흘러 흘러 부산으로까지 유랑하게 된 보트피플 등이 형상화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 이러다 정말 큰일이 나겠다 싶은 마음에 쓴 작품”도 있으니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
문학과지성사, 1만7000원.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유수연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다. ‘선량한 객기’랄까. 연민도, 슬픔도, 희망도 나직하고 자차분하다. 설사 “삶을 밀려 쓴 것 같다” 해도 그래 볼 만하다. ‘희망’은 금가도 “나는 깨지진 않는 거”니까. “하다 하다 돌까지 사랑하려 한다” “돌에 하는 사랑을 둘이 못할 것 없”다, “답지가 아닌 타인을/ 계속 들춰보고 싶다”
문학동네, 1만2000원.
♦첫 번째 피
1964년 콩고, 백인을 대규모 인질 삼은 심바 반군과 28살 신참 외교관. 마침내 외교관은 처형대 총부리 앞에 세워진다. 도스토옙스키처럼 죽기 전 주인공의 회상이 펼쳐진다. 실화 바탕으로,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쓴 아버지 파트리크의 이야기. 팬데믹으로 부친상에 가지 못한 게 소설 쓴 계기라고.
이상해 옮김, 열린책들, 1만3800원.
♦나쁜 버릇
이웃 남자가 반라 상태로 창밖 떨어져 죽었다. 아래층 5살 소년 ‘나’는 웬일인지 눈 감은 그가 아름답다. 누군가에게 키스하고 싶은 마음을 처음 느낀다. 여성 정체성을 갖고 태어난 ‘나’의 성장기. 스페인 마드리드 노동자 동네를 배경 삼았다. 비정한 현실의 시적·환상적 서사.
알라나 S. 포르테로 지음, 성초림 옮김, 아고라, 1만6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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