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산림청 헬기가 시화호 일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 소독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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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입 희박” 예단한 사이… 살처분 대상 20만 마리
지난달 17일 파주에서 첫 ASF 확진 농가가 나온 후 환경부는 “야생 멧돼지가 전염시켰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임진강이 한강과 합류하는 지점과도 10㎞ 이상 떨어져 있어 북한 멧돼지가 한강을 거슬러 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18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3일 DMZ 내 야생멧돼지가 ASF 확진된 후에도 “살아있는 멧돼지를 통한 유입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국방부 역시 “철책선을 넘어 남하한 야생 멧돼지는 없다”고 직접 전파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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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지적에도 늑장…살처분 예산 207억원 넘을 수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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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그간 꾸준히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해 지적했다. 야생 멧돼지가 직접 월남하지 않더라도 다른 야생동물이나 하천 등을 통해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평안남도 수의 담당 공무원 출신인 조충희 굿 파머스 연구위원은 지난달 17일 이후 줄곧 “폐쇄적인 북한 축산당국이 국제기구에 ASF 발병을 자진 신고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한반도 축산안보관점에서 남북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4일까지 DMZ 내 대대적인 소독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북부를 비롯해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서만 총 13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사례가 나오자 국방부도 DMZ 지역에 대한 방역에 나섰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3일 DMZ 내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돼 감염원인 야생멧돼지를 통한 2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파주·김포 내 사육 돼지를 전량 살처분하거나 수매·도축하기로 하면서 살처분 대상 돼지 숫자는 20만 마리를 넘겼다. 농식품부는 해당 작업에 총 207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파주시 돼지 11만두 중 2일 확진 판정으로 전체 7만두를 살처분하려면 736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실장은 “수매 규모에 따라 살처분 물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비용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돼지를 수매할 경우 축산발전기금을, 살처분할 경우 농특회계의 살처분 보상금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겠지만 부족할 경우 부처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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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간 ‘칸막이’ 논란 지속
4일 ASF 의심신고가 나온 백령도.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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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꾸준히 나왔던 방역 당국 간 ‘칸막이 논란’도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4일 오후 1시 30분쯤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에서 ASF 의심 신고가 나왔고 농식품부는 시료를 채취해 이를 김천에 위치한 농림축산검역본부로 향했다. 오후 3시에도 여전히 시료는 ‘이동 중’이었다.
방역 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검사하기 위해 시료 분석이 가능한 곳은 전국 2곳이다. 김천 검역본부와 인천 서구에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이다. 백령도에서 검역본부까지는 직선거리로 358㎞, 환경과학원은 177㎞이지만 농식품부는 강화군 발생 때와 마찬가지로 김천으로 향했다.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멧돼지는 야생동물로 환경부에서 소관해서 관리하고 있다”며 “사육돼지는 가축이어서 농식품부에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DMZ는 남북한과 더불어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는 만큼, 합의를 통해 야생동물 관리·소독 문제 등을 지속해서 협의해나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ASF가 계속 재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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