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폐기·통관 간소화 담아 / 기존 입장서 후퇴 협상 주도 속셈 / “환영” “미흡” 英안팎 반응 엇갈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간)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회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로이터연합뉴스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새로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제안서가 2일(현지시간) 공개되자 영국 안팎서 평가가 엇갈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존슨과 보수당이 ‘공평하고 합리적인’ 제안서라고 내놓았지만 여전히 ‘논쟁을 초래할’(contentious) 것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일부 영국 정부 고위각료들은 이 제안을 ‘최종안’(final offer)이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을 유럽연합(EU)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국은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최후통첩인 셈이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속셈은 따로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이 EU와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애써 강경한 척할 뿐 살펴보면 기존보다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존슨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이번 제안을 최종안이라고 못박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EU가 요청하는 수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열어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번 ‘존슨표 브렉시트 제안서’의 핵심은 북아일랜드(영국령)와 아일랜드(EU 회원국) 간 국경과 관세, 규제 등 문제의 대안이 담겼다는 점이다. 이 지역은 서로 국경을 개방한 상태로 EU의 관세와 규제를 공유해온 만큼 영국이 EU를 이탈하면 각종 이권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양측은 이 문제를 두고 최근까지 양보 없는 대치를 벌여왔다.
존슨 총리는 이번 제안서에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안전장치’(backstop)를 폐기하고 양측에 세관 등을 설치해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을 제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또 북아일랜드의 상품 가운데 농식품만 EU 규제를 적용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제조업 상품까지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통합성을 위해서는 북아일랜드와 규제 일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에 비해 상당 부분 양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북아일랜드 의회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리한 규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이날 성명을 통해 “존슨 총리의 계획을 환영한다”고 나섰다. 다만 ‘안전장치’ 제거에만 초점을 맞춰 안보협력 등 EU와 다양한 영역에서의 미래관계가 거론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일부 긍정적인 진전 있으나 아직 문제 요소 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북아일랜드의 신페인당 대표는 “형편없는 배신”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행정수반 역시 ‘실패한 계획’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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