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기금운용 지배구조의 개편' 보고서
2003년 이후 개편안, 국회 문턱 앞 전부 폐기
"불투명한 정국…본격 논의 가능성 낮아"
"지배구조 개선 중요성, 거듭 상기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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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책임성 부재, 독립성·전문성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안이 최근 불투명한 정국으로 인해 결국 폐기처분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 시도는 십수 년 째 이어지고 있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이번 20대 국회의 회기 또한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지만, 논의될 개선안은 과거보다도 개혁 의지가 퇴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게재한 '국민연금 기금운용 지배구조의 개편'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 지배구조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책임성의 부재'와 '독립성의 미확보', '전문성 부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책임성 부족과 관련해서는 통상 회사의 이사나 금융회사에 부여되는 '신인의무(信認義務)'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의성실 원칙' 정도의 책임만 부과되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국민연금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대다수 기금운용에 있어서 '시장수익률을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신의를 지켜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최선의 노력'이 아닌 '시장 수익률을 넘는 수익' 정도로 책임 부과가 소극적이라는 설명이다. 기금운용의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및 개별 위원 누구에게도 기금운용과 관련한 명시적 책임이 부여되지 않는다.
연태훈 연구위원은 "누구도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궁극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독립성 문제는 기금운용에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오히려 국민연금법은 명시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을 관리, 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기금운용위원회 전체 위원 20명 중 정부위원은 장관을 포함해 6명에 달한다. 관계전문가 2인 또한 국책연구원의 원장들이고, 12인의 가입자 대표들의 소속 단체 선정을 하는 과정에서도 정부가 간여할 여지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가입자 및 수급자들에게 최선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행정적,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매우 유용하고 손쉬운 도구로 국민연기금을 인식할 유인이 존재한다.
전문성 부족 문제 또한 꾸준히 지적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문성이 아닌 대표성을 기준으로 구성된다. 당연직을 제외한 위원들은 이해관계자 단체들이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되도록 규정돼 있지만, 현재 운용위원 대다수는 이해관계자들을 대표하는 단체의 임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지역가입자 대표 6인 중 4인은 이해관계자 단체의 추천을 받아 회계사, 교수, 변호사들이 선임됐지만, 운용 전문성을 고려한 추천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배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2003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에 걸려 실패로 이어졌다. ▷상설 기금운용위원회를 두고 상위에 총리실 산하 국민연금정책협의회를 마련(2003년) ▷독립된 투자전문회사 및 기금운용공사 설립과 독립된 행정위원회 설치(2004년) ▷정부로부터 독립된 상설 민간 기금운용위원회 설립 및 상근위원 위촉(2007년) 등 개선안이 모두 국회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2008년에도 기존과 유사한 개편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됐지만 금융위기로 논의 자체가 중단됐고, 2012년에 국회에 제출된 세 건의 개정안도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기금운용위원회를 포함한 지배구조에 대해 다양한 개정법률안이 상정돼 있지만, 실제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은 과거에 제시됐다가 무산된 개정안들과 비교해 독립성, 전문성 측면에서 크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책임성 부분은 아예 다루지도 않았다. 연태훈 연구위원은 "정부의 개혁 의지 자체가 퇴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20대 국회 회기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기금운용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책임성,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논의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연태훈 연구위원은 "제3자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기금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기금운용 조직을 별도의 기구로 독립시켜야 한다"며 "책임성과 관련해서는 기금운용 기구의 이사회에 가입자와 수급자에 대한 신인의무를 부과해 결정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사회가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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