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마리 규모 파주 농가, 잔반 먹이고 울타리 미설치
현행 50㎡ 이상 농가만 지자체 등록 의무화…소규모 농가 '방역 구멍'
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아래쪽 비닐 덮인 구덩이는 앞서 지난달 17일 최초로 ASF가 발생해 예방적 살처분으로 인근 양돈농가에 만들어진 매몰지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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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2일 경기 파주에서만 2건이나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초긴장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지자체가 돼지 사육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던 소규모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역 사각지대’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11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농가는 18마리 규모의 비교적 영세한 흑돼지 사육 농가다.
이 농가는 임진강 인근의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철망을 설치해놓고 돼지를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일반 양돈농가와 다른 외관 때문에 지자체에서 돼지 사육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최근 환경부가 예찰 과정에서 발견했고, 채혈 검사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이 확인됐다.
이 농가는 방역 조치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최근까지도 잔반을 먹이로 준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질병 예방을 위해 잔반 급여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최초 발생지이자 중점관리지역으로 설정돼 방역 총력전이 진행 중인 파주에서부터 '구멍'이 생긴 셈이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7월부터 잔반 급여를 금지하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예찰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번 농가의 경우 미등록 혹은 무허가 농가에 해당해 그 대상에서 누락이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50㎡ 이상 규모의 축산농가는 축산업 등록이 의무화돼 있으며,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도 사육 관련 정보를 등록하게 돼 있다.
이는 가축질병 발생 시 시나 군·구 차원에서 실시하는 방역 활동의 대상을 가르는 기본 정보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 농가의 경우 정확한 사육 면적도 파악이 안돼 의무 등록제 대상 여부인지 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통상 돼지 1마리당 사육면적이 0.8㎡ 정도 되는 점을 고려하면 소규모 농가로 추정된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현재 당국은 이같은 소규모 농가들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비슷한 사례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가축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당국의 방역 대책이 대규모 농장 위주로 실시되다 보니 소규모 농장이 예상치 못한 화근이 되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6월 소강 국면이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두 달 만에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재발하자 소규모 농가가 사육하는 가금류를 관할 지자체에서 전량 사들여 조기 도축하는 등의 대책을 뒤늦게 내놓기도 했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방역 취약지역이나 소규모 농가 부분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도 농장 찾아내고, 방역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향후 불법 무허가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한 일제 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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